
피부는 인간이 일상생활 속에서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대표적인 경로 중 하나다. 독성학에서는 피부독성으로 분류하여 피부 부식성·자극성·민감성을 주로 연구한다. 이 피부독성 분야에 최근 경고등이 켜지기 시작했다. 10대들을 위한 뷰티 제품 시장이 대중화라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급속도로 성장한 것이 그 첫째 이유다. 2000년대 초, 성인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화장품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화장품 업체들은 외모에 민감한 청소년들과 성인 남성을 대상으로 한 브랜드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색조 화장에 대한 기성세대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큰 걸림돌이었다. 업체들은 광고에서 저자극·저독성 성분을 강조하며 부모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소녀 감성을 자극하는 용기 디자인, 서포터즈 운영, 유명 아이돌을 광고 모델로 이용한 마케팅 전략은 청소년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저렴한 가격의 해외 직구 화장품 유입은 색조 화장품에 대한 청소년들의 접근성을 더욱 용이하게 했다. 급변하는 문화적 전환의 시대 속에서 외모에 관심을 갖는 청소년들에 대한 사회적 시각은 점차 관대해졌다. 한국의 대표 드럭스토어인 올리브영의 매출은 2019년 첫 문을 연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2025년 3분기에는 1조5570억원에 이르렀다. 엄마 몰래 빨간 립스틱과 파우더를 찍어 바르고 어른 흉내를 내던 소녀의 모습은 어느덧 60대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추억 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최근 피부독성 분야 문제 커져
청소년 색조화장품 급성장에
비의료인 문신행위 허용까지
화장품·문신 둘 다 피부에 부담

10대 청소년, 문신 주요 고객층 될 우려
지난 9월 25일, 국회에서는 시민들의 환호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일부 시민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비의료인의 문신 행위가 법적으로 허용된 순간이었다. 대법원이 침습적 문신 시술을 의료 행위로 간주한 1992년 이후 33년간 비의료인의 문신 행위는 불법이었다. 한편, 2023년 문신 시술 이용자 500명을 대상으로 수행된 실태 조사에서, 병·의원을 이용했다고 응답한 고객은 1.4%에 그쳤고, 문신 전문점을 이용한 사람이 81%였다. 문신업소를 불법 영업장으로 처벌하는 것 자체가 국민의 눈높이를 반영하지 못한 탁상행정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었다.
독성 연구자인 필자의 고민은 따로 있다. 문신 시장의 확장 속에 10대 청소년들 또한 주요 고객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영국·프랑스는 물론, 우리나라 정부가 미성년자의 문신 행위를 부모의 동의 하에서만 승인한 이유이기도 하다. 예상대로, 최근 온라인상에는 청소년들에게 문신을 조장하는 문구들이 자주 눈에 띈다. 수험생 타투, 우정 타투, 고딩 타투가 그것이다. 피부는 크게 표피층·진피층·피하조직으로 분류된다. 표피층은 표피탈락(desquamation) 과정을 통해 외부 이물질에 대한 구조적 장벽을 형성한다. 장벽을 뚫고 침범한 이물질은 랑게르한스 세포에 의해 감지된 후 면역반응을 통해 제거된다. 진피층에는 탄력섬유인 콜라겐과 엘라스틴이 그물처럼 얽혀 있어 피부를 탱탱하게 유지해 주며, 모낭과 신경·림프관·혈관도 존재한다. 10대 청소년의 피부는 성장이 완료된 상태가 아니다. 호르몬 분비도 왕성해 피지 분비가 많고 화학물질의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피부 흡수율 또한 성인의 약 10배에 달한다.

문신, 충동적 결정 뒤에 큰 책임 따라
2024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초등학생의 11%, 중·고등학생의 26%가 색조 화장품을 이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색조 화장을 시작하는 연령대가 빠르게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뿐인가. 알리나 테무에서 판매되는 화장품에서는 중금속 등 유해물질이 국내 안전 기준치를 초과하여 검출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색조 화장품인 아이섀도에서는 납과 비소가 각각 기준치의 65배와 19.8배까지 검출되었다. 니켈과 가소제도 기준치를 초과했다.
더 큰 문제는 타투다. 표피층에 일시적인 스트레스를 가하는 화장품과는 달리 타투는 바늘을 진피층 깊숙이 침투시켜 먹물이나 물에 녹지 않는 염료를 주입하기에 수십 년이 지나도 자연적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염료에는 암이나 호르몬 장애를 유도할 수 있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중금속·방부제 등이 들어있다. 의학계에서는 피부와 점막의 염증, 땀샘 및 신경 손상, 피부암 조기 발견 교란과 같은 부작용 위험도 우려하고 있다. 레이저로 진피층에 주입한 문신 입자를 잘게 부수어 면역세포에 의해 몸 밖으로 배출되게 하는 문신 제거 시술이 이용되고 있으나, 전신 문신의 경우 1년 이상의 시간, 2000만원 상당의 비용, 항생제나 마취제와 같은 약물 부작용과 함께 엄청난 신체적 고통을 감당해야만 한다. 그뿐 아니다. 2024년 미국 뉴욕주립대 존 스위어크 교수 연구진이 미국 내 9개 제조사의 54종 문신 잉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약 90% 제품에서 성분 목록과 다른 색소 또는 목록에 없는 첨가물이 검출되었다.
질병은 유해물질이 인체에 유입된 기간과 유입된 유해물질의 총 양에 의해 결정된다. 화장품과 문신 염료의 노출 경로는 모두 피부다. 노출 개시 연령의 저하는 질환 발생 가능 연령의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일찍 피부 질환에 노출돼 오랫동안 고통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국민의 소비 패턴의 변화를 고려한 생활화학제품 관리정책이 더욱 필요해진 이유다. 문신은 자신의 개성과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새로운 수단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충동적으로 결정하기엔 너무 큰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박은정 경희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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