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첨단 패키징 클러스터는 중부권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충청도의 한 반도체 패키징 업체 관계자는 지난 10일 정부가 내놓은 ‘반도체 남부권 혁신벨트’ 구축 계획을 듣고 혼란스러워했다. 이날 정부 발표안에는 수도권에 집중된 반도체 생태계를 광주광역시(첨단 패키징), 부산광역시(전력 반도체), 구미시(소재·부품) 등 남부권으로 넓히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관계자는 “이미 충청도에 첨단 패키징 거점이 형성되고 있는데 다시 광주로 내려가야 하느냐”며 “(충청에 있으면)정부 지원이 끊기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최근 정부가 광주를 패키징 산업의 최적지로 내세우면서 반도체 업계의 혼선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K-반도체 비전과 육성 전략 보고회’(12월 10일)에서 광주에 ‘반도체 첨단패키징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420억원을 투입해 첨단패키징실증센터를 만들고 5000억원의 예산을 추가로 편성해 광주를 국가대표 패키징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반도체 패키징은 전(前)공정이 완료된 웨이퍼에서 개별 칩을 잘라낸 뒤 각종 부품과 조립해 최종 제품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주로 후(後)공정에 특화한 외주 전문(OSAT) 업체들이 맡는데, 최근에는 단순 조립·검사를 넘어 고성능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여러 칩을 실리콘 소재 중간기판(인터포저) 위에 수직이나 수평으로 쌓아 연결하는 첨단패키징 기술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번 정부 발표를 두고 패키징 업계가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기존 정부 정책과 어긋나는 대목이 적지 않아서다. 앞서 2021년 문재인 정부는 약 510조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으로 판교부터 온양을 잇는 축과 이천·용인·청주를 연결한 ‘K’자 형태의 ‘K-반도체 벨트’ 전략을 내놨다. 패키징 분야에선 천안·온양·괴산을 아우르는 첨단패키징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당시 정부는 중부권을 낙점한 배경으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패키징 산업의 시너지 창출을 강조했다. 이미 충청도에는 삼성전자 패키징 라인을 비롯해 하나마이크론·네패스·SFA반도체 등 국내 주요 OSAT 업체가 자리잡았고, 칩을 만드는 팹 시설(평택·화성·용인)과도 가깝다는 장점도 부각했다.
하지만 이번 정부는 다른 논리를 꺼내 들었다. 10일 발표된 정부 발표 자료에는 “광주에 글로벌 선도기업인 앰코가 있고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구축으로 패키징 수요 형성이 기대된다. 첨단패키징 기업이 집적하기에 유리한 입지”라는 설명이 담겼다. 앰코는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 2위 OSAT 업체로, 국내에는 송도와 부평, 광주에 사업장을 두고 있다.

하지만 패키징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미국 앰코의 광주 사업장은 국내 패키징 산업의 자체 역량과 큰 상관이 없다는 주장이다. 한 패키징 업계 관계자는 “광주에 사업을 확대하려면 물류비 부담이 커지고 인재 확보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털어놨다. 정부 역시 K반도체 벨트 정책 발표 당시 “국내 패키징 생산시설은 해외 기업의 한국 지사와 국내 기업이 병존하는 구조”라는 점을 지적하며 자체 기술력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했었다.
이번 남부권 벨트에 함께 묶인 부산(전력반도체)과 구미(소재·부품)와 비교해도 광주는 패키징 사업과의 연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2023년 정부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특별법에 따라 구미를 반도체 핵심 소재, 부산을 전력반도체 특화단지로 선정할 당시 광주의 특화단지는 자율주행 부품이었다.
이에 대해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중부권에 대기업 중심의 패키징 생태계가 이미 형성돼 있는 만큼 광주에 OSAT 전문 기업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며 “기존 생태계를 유지하면서 국토 균형 발전 측면에서 광주에도 추가로 패키징 산업 거점을 키우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 관계자는 “이미 진행 중인 조선대학교 패키징 전문 인력 양성 사업뿐 아니라 GIST(광주과학기술원) 등 지역 대학과 연계한 패키징 인재 양성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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