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용인에 둥지 튼 ‘한국형 IMEC’ 트리니티 팹, 첫 대표는 SK하이닉스 출신

2025-12-16

정부의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육성 프로젝트인 트리니티팹 사업이 본격 시작됐다. 트리니티팹은 실제 양산 라인에 준하는 테스트 환경이 필요하다는 소부장 협력사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SK하이닉스와 정부가 손잡은 사업이다. 정부는 유럽의 대표적인 반도체 연구기관인 벨기에의 아이멕(IMEC)처럼 트리니티팹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1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재단법인 트리니티팹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의 허가를 받고 공식 출범했다. SK하이닉스와 정부가 합쳐 1조원을 투입한 이 팹은 공공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 별도의 비영리재단으로 설립돼 운영된다.

트리니티팹 재단의 초대 대표는 이기정 전 SK하이닉스 분석기술센터장(부사장)이 맡았다. 이 대표는 SK하이닉스가 추천한 인물로, 정부 및 SK하이닉스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트리니티팹 재단법인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선임됐다. SK하이닉스 측은 “이 대표는 회사 재직 시절 분석과 측정 분야를 이끌었던 연구개발(R&D) 공정 전문가”라며 “소부장 기업들의 테스트베드를 구축한다는 사업 취지에 맞게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트리니티팹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 내부에 3300㎡ 면적, 11층 높이 단일 층의 클린룸 규모로 들어설 예정이다. 아직은 팹이 공사 중인 만큼 트리니티팹 재단법인 사무실은 경기도 성남시의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건물에 둥지를 틀었다. 현재 행정직 위주로 구성돼 있지만, 향후 반도체 업계 관계자 등 전문성 있는 인력을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다.

지난 10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K-반도체 비전과 육성 전략 보고회’에서 트리니티팹은 반도체 소부장 글로벌 넘버1 육성 프로젝트의 중요 방안으로 소개됐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정부 때부터 추진됐다. 국내 소부장 기업들은 기술력이 좋더라도 실제 납품을 위해서는 대기업과 함께 성능을 평가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동안에는 이러한 기회를 얻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용인 클러스터 내 팹 공간을 일부 내주고 자본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트리니티팹 사업은 2023년 4차 국가연구개발사업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후 이듬 해 통과됐다. 지난 정부 보고회 때 발표한 내용 역시 기존 사업 내용과 다르지 않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부장을 육성해야 한국 반도체 업계 전체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큰 명제 하에 정부가 바뀌어도 변함없이 사업이 추진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민간기업의 자본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2033년에 종료되며 이후에는 자립화율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이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 과정에 참여했던 한 업계 관계자는 “팹이 실제적으로 소부장 기업들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시설 장비를 지속해서 업데이트해주는 등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며 “지속가능성을 위해 법인이 자체 수익모델을 확보하는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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