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대응 실패는 정책 실패다

2025-11-25

지금 국회는 2026년 예산안 심의가 한창이다.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총지출은 올해보다 8.1% 증가하고 총수입은 3.5% 증가한다고 한다. 수입은 3.5%밖에 증가하지 않는데 지출은 8.1%나 증가한다고 하니 재정건전성 걱정이 든다. 그러나 기재부 설명에는 오류가 있다. 내년 총수입은 3.5% 증가가 아니라 5% 증가한다. 기재부는 올해 본예산보다 총수입이 3.5% 증가한다고 설명하지만, 추가경정예산 대비 5% 증가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추경을 통해 본예산 수입을 수정했다. 세입 예산 수정 이후에 구태여 수정 전 수치와 비교를 하는 것은 원칙은 물론 관행에도 맞지 않다. 이런 식으로 총수입 증가율을 3.5%로 설명하니 재정건전성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가 생긴다.

특히, 나는 내년도 국세수입이 기재부 예측보다 더 많을 것으로 전망한다. 즉 초과세수가 예상된다. 세수가 더 들어오면 좋은 것 아닌가? 아니다. 더 걷히든 덜 걷히든, 예측이 빗나갔다는 뜻이다. 특히 법인세수에서 오류가 반복된다. 기재부는 기업 실적 변동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변명한다. 그러나 법인세수는 생각만큼 예측이 어렵지 않다. 법인세는 기업 실적을 반영하는 후행지표이기 때문이다. 이미 실적이 나온 이후에 법인세수를 예측하는 것은 쉽다. 기업 실적은 6개월~1년 뒤 법인세수에 직접 반영된다.

기재부가 내년도 국세수입 전망을 제출한 시점은 8월이다. 이는 올해 상반기 실적만 반영한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올해 상반기 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을 크게 하회한다. 그런데 올해 3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은 눈부시다. 3분기 연결기준 순이익은 각각 13조5000억원, 14조8000억원이다. 어닝 서프라이즈다. 그리고 반도체 호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즉, 국세수입 전망 제출 이후 3분기 실적이 공개되었고, 이를 반영하면 내년도 법인세수는 더 긍정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이에, 3분기 실적이 공개된 11월에 기재부는 2026년도 세수를 재추계해 국회에 제출하는 것이 원칙이 되어야 한다. 이미 실적을 알고 있으면서도 재추계를 하지 않는 것은 예측 실패가 아니라 대응 실패다. 급변하는 경제지표를 제때 업데이트하고 이를 예측에 반영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렇게 해야 법인세수 예측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나는 2022년 국회 ‘초과세수 TF’에서 초과세수와 세수결손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11월 예산심의 과정에서 세수 재추계 결과를 제출할 것을 기재부에 요구했고, 기재부의 약속을 받았다. 그런데 기재부는 이후 역대급 세수결손을 겪으면서도 11월 재추계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런데 2022년 ‘초과세수 TF’가 무엇이었을까? 2022년 대선의 핵심 의제는 코로나19 손실보상금이었다. 이재명 후보는 물론 윤석열 후보도 50조원 규모의 ‘온전한 손실보상’을 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대선을 한 달 앞둔 2월, 추경 규모를 11조5000억원으로 최소화했다. 기재부가 국채 추가 발행 여력이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기재부는 2022년 5월 53조원의 초과세수가 발생했다며, 국채 발행 없이도 59조원 규모의 추경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후 자영업자에게 600만원씩 맞춤형 손실보상금을 지급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초과세수는 반복됐다. 2017년 23조원, 2018년 25조5000억원, 2021년에는 61조원에 달했다. 초과세수는 즉각 집행되지 못했고, 이는 경기 대응력을 떨어뜨렸다. 확장재정 의도와 달리 긴축재정이 된 것이다. 반대로 윤석열 정부에서는 세수결손이 반복되었다. 대규모 감세 정책이 세수를 줄이지 않는다는 홍보와는 달리 실제 세수는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2023년 56조원, 2024년 31조원 등 큰 규모의 세수결손이 발생했다.

즉, 박근혜 정부, 윤석열 정부는 세수결손에 시달리고 오히려 문재인 정부는 초과세수에 시달렸다. 그리고 내년도 이재명 정부에서는 또다시 초과세수가 발생될 수 있다. 보수정부에서는 반복적으로 세수결손이, 민주당 정부에서는 반복적으로 초과세수가 나타났다.

주식투자자들 사이에 “예측 실패는 용서해도 대응 실패는 용서하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 9월에 법인세를 전망할 때 기재부는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예측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예산심의는 9월이 아니라 국감 종료 이후인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즉, 지금은 3분기 실적을 반영할 시간이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11월에는 최신 기업 실적을 반영한 세수 재추계를 국회에 제출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예측은 어려울 수 있지만, 대응 실패는 정책 실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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