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장이 당장은 부재해도) 큰 문제가 없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대내외 중요한 정책 결정은 대부분 미루게 된다. 때문에 (새 사장) 인선을 서둘러야 한다. 최근 (우리 기관) 통폐합 가능성 이야기마저 나온다. 뱃심 든든하고 전문성 갖추신 정치인이나, 국토부 고위 관료 출신이 (새 사장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HUG 도시주택보증공사 수도권 한 직원)
"지난 20년간 우리 임직원들 뜻과 상관없이, 정권에서 내려보낸 사람들이 수장으로 왔다. 기왕이면 이번엔 힘있는 국회의원 출신이면 좋겠다. 부채공룡이라는 오명하에 바닥을 찍은 연봉도 높여주고, 우리 역할(주택공급 확대)도 제대로 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LH 한국토지주택공사 수도권 중간 간부)
"무엇보다 우리회사는 사망 등 중대재해 이슈가 없어야 한다. 일각에선 내부 출신 수장 이야기도 하고 있지만, 다른 것은 모두 차치하고서라도 사망사고부터 근절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임직원들이 먼저 하고 있는 듯하다."(코레일 중부권 한 임직원)
지난 7월 김윤덕 새 국토부 장관 취임 이후로도 수장 공백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국토교통부 산하기관들. 이들 기관 소속 임직원들 대부분은 경영 공백·정책 혼선 등 리더십 부재로 빠른 인선이 필요하다면서 "장고 끝 악수(惡手)"마저 우려하고 있다. 낙하산·보은·코드 인사까지도 염려한다. 무엇보다 주택 등 국토교통분야 새정부 국정과제 현안이 산더미인데, 기관장 임기만료, 사의표명, 대행체제 등으로 이같은 사장 공백상태가 길어진다면 주택·교통·인프라 등 국토부 정책 추진이 동력 자체를 상실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먼저, 국내 최대 공공기관인 LH 임직원들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임직원 땅투기 의혹으로 한때 조직 해체론까지 대두됐던 문재인 정부 시절과 달리 새 정부에선 주택공급 선봉장으로 정책 역할 확대가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조직 비대화와 부채 급증도 함께 우려되고 있어서다. 특히 땅에 떨어진 사기를 높여줄 수 있는 힘있는 새 수장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주공과 토공이 통합하면서 부채공룡이라는 오명하에 월급이 오르지 않아서 요즘은 공기업 급여순위가 상대적으로 하위급이다. 이에 대한민국 최대 규모 공기업이지만, 임직원 이탈도 적지 않다. 직원들끼리 하는 이야기로 좀 힘있는 정치권 인물로 국회의원 출신이 사장으로 와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도로공사를 빗댔다. 함진규 현 한국도로공사 사장이나 김학송 전 사장과 같이 힘있는 정치인들이 도로공사 임직원들 급여를 올려주고 현안이나 난제를 해결하는 등 성과를 냈었다는 것.
또다른 LH 직원은 "할 일은 산더미인데 인력 보강, 재원 마련 등은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답이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며 "신임 사장이 부임하기 전까지 속도를 내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HUG 상황도 마찬가지다. 전 정부에서 임명된 유병태 사장은 현 정부 출범 후 사의를 표명해 면직 처리됐지만 신규 기관장 공모는 아직 시작 전이다. 이달 국회 국정감사 등 산적한 현안으로 임직원들이 여전히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정작 대내외적으로 중요한 정책 결정은 미뤄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더욱이 새 정부 들어서 공공기관 통합 가능성까지 대두되는 상황이라 임직원들 마음은 더 급한 상황.
HUG 한 직원은 "겉으로 보기엔 문제 없어 보이지만, 조직으로 봐선 (수장 공백은) 마이너스다. 연말 고위 임원 인사 등도 앞두고 있는데, 서둘러 내부 혼선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부동산원도 신임 원장 재공모 절차가 시작돼야 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임명된 손태락 원장은 지난해 3월 임기가 만료됐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해 1년 6개월째 원장직을 이어가고 있다.
국토부 산하 철도 공기업들도 수장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경북 청도 무궁화호 사고로 지난달 사임한 한문희 코레일 사장의 후임 자리도 공석 상태이고. 이종국 에스알(SR) 사장 역시 사의 표명 후 신임 사장 공모가 시작되지 않아 직을 유지하고 있다.
코레일의 경우 내부 출신 수장 가능성도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새 수장이 누가 되든 사망 사고 근절에 올인해야 한다는 게 임직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코레일 한 직원은 "잇따른 사망사고로 사고철이라는 오명을 벗기 어렵게 됐다. 새 수장이 누구되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평행선을 긋고 있는 코레일과 SR 통합 문제도 새 수장이 해결해야 하는 난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관가 관계자는 "국토부 산하기관들은 대부분 주택·교통·인프라 등 정부 핵심 과제를 수행하는 곳이어서 기관장 공백이 길어지면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사업 추진 속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내부 기강 해이와 정부 정책 집행 지연 등의 문제점도 낳을 수 있다"며 "정부가 인사 절차를 서둘러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국정감사가 오는 13일로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실제 국토부 산하기관장 인선은 연말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새 정부 장차관 인사 이후 국토부 내부 인사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임추위 구성과 후보자 공모·검증에만 통상 두 달 이상 걸리는 만큼 실제 취임은 연말이나 내년 초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