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1년 8월 판문점에서 남북적십자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이 열렸다. 분단 26년 만의 첫 남북대화였다. 본회담 준비를 위해 그해 9월1일 대한적십자사에 남북적십자회담사무국이 설치됐다. 남북회담 전담기구가 처음 만들어진 것이다.
적십자회담사무국은 1973년 7·4 남북공동성명 후속 조치를 위해 중앙정보부에 만들어진 남북조절위 남측사무국 내 협의조정국으로 통합됐다. 그런데 건물은 중앙정보부의 남산 청사나 이문동 청사가 아니라 북악산 자락 끄트머리인 종로구 원서동에 마련됐다. 당시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고 할 정도로 실세였던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이 몰래 개인 별장을 짓다 대통령 박정희에게 들키자 “북한 손님들이 올 때 회의 장소가 필요하다”고 둘러대면서 그 별장이 남북회담장이 됐다고 한다. 남북조절위사무국은 1980년 통일부 소속 남북대화사무국이 됐고 1992년 남북회담사무국으로, 2006년 남북회담본부로 이름이 바뀌었다.
지금까지 남북회담은 700회 가까이 열렸다. 가장 많았던 해는 1992년 88차례였다. 남북회담본부는 남북대화 역사의 현장이었다. 북측 지역에서 남북이 만나면 회담본부는 취재진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평양에서 열리는 장관급회담, 금강산에서 개최된 이산가족 상봉 소식이 남북회담장 1층에 있는 직통전화와 팩스를 통해 회담본부로 전달됐다. 그러나 2019년 북한이 ‘하노이 노딜’ 이후 남한과의 대화를 거부하면서 남북회담은 단 한 번도 열리지 못했다. 급기야 윤석열 정부는 2023년 9월 통일부가 ‘대북지원부 같다’며 회담은 물론, 교류·개성공단·출입 담당 부서를 남북관계관리단으로 축소했다.
통일부가 14일 남북회담본부를 복원하는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가 포기한 남북대화를 재개할 의지를 피력하면서 ‘남북 대화·협력 창구’라는 통일부 본연의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남한을 ‘적대적 두 국가’로 인식하고 등 돌리고 있어 남북이 언제 만날 수 있을지 기약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반도 정세는 변화한다. 북한도 남한과의 대화를 희망하는 때가 올 것이다. 정부는 꾸준히 북한에 관계 개선의 손을 내밀고, 남북회담본부는 북한과 다시 머리 맞댈 날을 차분히 준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