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일본 전통 격투기 스모(相撲)의 인기가 대단하다. 스모의 프로 리그를 오즈모(大相撲)라고 하는데 요즘 티켓 구하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한다. 젊은 여성과 외국인 관광객까지 팬층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여성 스모 팬을 스죠라고 부른다. 스모의 스, 죠시(女子)의 죠다.
지난해 오즈모는 90일 동안 전석 매진됐다. 오즈모 경기는 1년에 15일씩 6시즌에 걸쳐 열린다. 그래서 연간 경기 일수가 90일이다. 90일 전석 매진은 1996년 이래 28년 만이다. 1989년부터 97년에 걸쳐서 666일 동안 전석 매진된 스모 붐이 있었는데 와카노하나와 다카노하나라는 형제 선수가 인기를 끌어 ‘와카다카 붐’이라고 불렸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나도 매일 TV로 오즈모 생중계를 봤다.
그런데 2011년 승부조작 사건 등 여러 문제가 드러나면서 많은 선수가 은퇴하게 됐고, 팬들도 외면했다. 관중이 좌석 수의 30%밖에 안 될 정도 급감하면서 오즈모는 개혁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그중 하나가 SNS를 통해 선수들의 일상적인 모습 등 여러 정보를 서비스하는 것이다. 티켓을 편의점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도록 판매 방식을 바꾸기도 했다. 그러면서 젊은 사람들도 관심을 갖게 되고 팬층이 확대된 것이다.
스죠가 늘어난 것은 여러 기획의 영향도 있다. 특히 ‘공주님 안기’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스모 선수가 추첨을 통해 뽑힌 여성 팬을 안아서 들어 올려주는 행사다.
오즈모의 선수 서열에서 가장 높은 지위가 요코즈나(横綱)다. 요코즈나 승진을 심의하는 요코즈나 심의위원회는 오랫동안 남성만의 전유물이었는데 2000년 처음으로 여성이 위원이 나왔고, 지금은 9명 중 2명이 여성이다. 겨우 2명이지만 그래도 큰 변화다. 그중 한 명은 배우 콘노 미사코(紺野美沙子)다. 콘노는 어렸을 때부터 스모 팬이었던 스죠로 알려져 있다. 스모 선수와 결혼하는 것을 꿈꿀 정도였다고 한다. 실제로 여배우와 스모 선수가 결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늘어난 것은 2023년에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리키시’의 영향도 크다. 오즈모를 소재로 한 드라마다. 요즘은 관중의 약 30%를 외국인이 차지한다고 한다. 이런 인기를 타고 올 10월에는 런던에서, 내년에는 파리에서 오즈모 경기를 개최한다. 해외에서 오즈모 경기를 하는 것은 20년 만이다. 한번 쇠퇴했던 오즈모가 이렇게 다시 큰 사랑을 받을 줄은 몰랐다.
나리카와 아야 전 아사히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