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억눌렸던 결혼 시장이 활기를 되찾는 가운데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등 일명 ‘스드메’ 서비스를 대행하는 결혼준비대행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피해구제 건수는 4년 전보다 약 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전한 결혼 시장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업체 간 치열한 가격 경쟁을 유도하는 등 전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결혼준비대행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건수는 291건으로 2020년 94건 대비 3배 증가했다. 해당 피해구제 건수는 2021년 92건, 2022년 152건, 2023년 235건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이 같은 증가세에는 결혼 시장이 다시 활성화된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혼인 건수는 19만 9903건으로 2020년(21만 3502건) 이후 4년 만에 약 20만 건을 회복했다. 다만 기본적으로 결혼 시장이 ‘깜깜이’라는 것이 구조적 문제로 거론된다.
지난해 피해구제 신청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계약해제 거부 및 과다한 위약금 청구’가 73.9%(215건)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어 ‘청약 철회 거부’ 11.3%(33건), ‘계약 불이행 및 불완전 이행’ 10.0%(29건) 순이었다. 실제로 결혼 준비 커뮤니티에서는 “웨딩 박람회에서 덜컥 계약했는데 계약 철회를 요청하자 이미 서비스가 개시됐다며 계약금을 돌려주지 않는다” 등 계약 관련 피해를 호소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패키지 형태로 스드메 서비스를 계약해 개별 가격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원본 사진 구매·메이크업 ‘얼리 스타트비(새벽 시작비)’ 등 필수적으로 추가금을 지불해야 하는 구조도 병폐로 지적된다. 올해 결혼식을 준비 중인 회사원 정 모(28) 씨는 “직접 발품을 팔기 전까지는 스드메 가격을 정확히 알 수 없고 당일 계약해야만 할인을 제공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주요 결혼식장·결혼준비대행업체 11개를 대상으로 자율 가격공개 협약서를 체결하고 지난달 23일부터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등을 통해 스드메 가격을 공개하고 있다. 다만 참여 업체가 적고 일부 업체는 자사 웹사이트·애플리케이션에 한해서만 가격을 공개한 점이 한계로 꼽힌다. 공정위 관계자는 “업계 관행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상반기 중 결혼준비대행업 표준약관을 제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결혼업계는 서비스 시장이라는 특성상 가격을 표준화하기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에 우선 가격 정보를 비교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작업이 중요하다”면서 “추후 거래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책임·보상 소재가 불분명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 최소한의 분쟁 해결 기준도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