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기대 수명 14~16세 조로증 앓고 있으나 올해 20세 맞아
지난 4월 가족들과 미국 보스턴마라톤 5㎞ 완주 도전해 성공
선천성 소아조로증. 공식 병명 프로제리아 신드롬(증후군).
희귀 유전자 질환으로, 신체가 보통 사람들보다 빠르게 노화하는 증상을 보인다.

국내 조로증 환자는 단 한 명, 홍원기다. 2006년 태어난 그는 올해로 20살을 맞았다. 조로증 환자의 평균 기대 수명이 14∼16세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홍원기에게 20살은 의미가 남다르다.
2022년 MBN ‘뜨겁게 안정’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홍원기는 20살의 자신에게 영상 편지를 보내며 “나는 지금 열일곱살이고 너는 이제 3년 후의 내가 되겠다. 성인이 됐으니 더 열심히 살고 스무살에도 건강하고 밝았으면 좋겠다. 좋은 사람들과 인연 이어가서 좋은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3일 KBS에 따르면 KBS1 TV ‘인간극장’은 20살이 된 홍원기의 오늘을 담아 4월28일∼5월2일 공개했다. 홍원기는 2015년에도 인간극장에 출연했고, 10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됐다.

이제 성인이 된 홍원기는 친구들과 고깃집에서 맥주 한잔하고, ‘커피 맛 좋다’고 감탄하는 평범한 20살이었다.
그리고 그는 누구보다 의미 깊은 20살을 기념해 특별한 도전에 나섰다. 다름 아닌 마라톤이다.
홍원기는 가족과 함께 지난달 열린 보스턴마라톤 5K(㎞)에 참가했다.
현재 그의 신체나이는 90세 정도라고 한다. 특히 두 다리 길이가 다르고 골반이 약하기에 5㎞ 마라톤 자체가 불가능한 미션이다.
보스턴 현지 보도를 보면 홍원기의 마라톤 도전은 2015년 보스톤칠드런스병원에서 치료받으면서 친구가 된 콜롬비아 미겔과의 약속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둘은 성인이 되는 19번째 생일에 마라톤에 도전하기로 했다. 미겔은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참가하지 못했다.
마라톤을 위해 홍원기는 팔굽혀펴기 등 운동을 열심히 했다. 팔에는 ‘알통’도 생겼다. 가족들도 운동하며 체력을 길렀다.
경기 당일에는 일단 걸어서 출발선을 나선 뒤 힘이 들면 아버지 홍성원씨와 어머니 이주은씨, 여동생 홍수혜양, 또 보스톤 지역 한인 유튜버 ‘승찬리’ 등이 돌아가며 홍원기를 업고 가기로 했다.

홍원기는 걷다가, 업혔다가, 다시 걷다가를 반복했다. 고비 때마다 “내가 해야 한다”며 버텼다.
눈앞에 결승선을 앞두고 결국 여동생 등에 업혔으나, 그래도 멋지게 완주에 성공했다.
홍원기는 마라톤을 마친 뒤 “많이 도와줘서 감사하고 앞으로 더 멀리 뛰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여전히 하고 싶은 게 많은 홍원기는 “이제 성인이니 여자친구 생기면 좋겠다”며 “가능하다면 운전을 꼭 하고 싶다. 운전해서 바다 구경하고 제가 먹고 싶은 것도 제가 가서 먹어 보고 친구들도 보고 싶다”고 밝혔다.
“항상 그랬듯이 자유롭게 살고 싶어야 즐겁게요”
그의 바람이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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