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기후변화를 이해하기 위한 세계 최초의 ‘1km 해상도 완전 지구 시스템 시뮬레이션’이 탄생했다. 미국컴퓨터학회(ACM)는 최근 ‘1km 해상도의 전체 지구 시스템 계산(Computation of the Full Earth System at 1km Resolution)’ 프로젝트를 수행한 26명 연구팀에 ‘ACM 고든 벨 기후모델링상’을 수여했다고 밝혔다. 이 상은 글로벌 기후 위기 해결에 기여한 병렬 컴퓨팅 분야의 혁신적 연구에 주어지는 상이다.
기후변화는 이미 더 강력한 허리케인, 대형 산불, 극심한 가뭄, 감염병·질병 증가 등 다양한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수십 년 안에 탄소 배출을 대폭 줄이지 못할 경우, 지구 생태계 훼손이 돌이킬 수 없는 수준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과학자들이 기후변화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사용하는 핵심 도구 중 하나가 ‘지구 디지털 시뮬레이션’이다. 초고성능 슈퍼컴퓨터 위에서 작동하는 복잡한 알고리즘을 통해 대기·해양·육지의 상호작용과 인류 활동의 영향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실제 인간 활동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현실적으로 반영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였다. 물·에너지·탄소의 순환, 이들 요소의 상호관계, 시간과 공간에 따라 변화하는 물리·생물·화학 과정까지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의 최첨단 기후 모델도 진정한 의미의 ‘완전 지구 시스템(Full Earth System)’ 시뮬레이션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번 고든 벨 기후모델링상 수상팀은 이런 한계를 처음으로 돌파했다. 연구팀은 전 지구를 1km 수준의 매우 높은 공간 해상도로 나누어 계산하는 ‘지구 전체 시뮬레이션’을 구현했다. 논문에서 연구팀은 “우리는 1.25km 격자 간격에서 전체 지구 시스템에 대한 최초의 글로벌 시뮬레이션을 제시했으며, 보이지 않는 자유도(unresolved degrees of freedom)에 대해서도 최고 수준의 시간 압축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모델은 대기, 해양, 육지 등 지구 시스템의 주요 구성 요소를 연결하며, 그 안에서 에너지·물·탄소가 어떻게 흐르고 순환하는지 정교하게 포착한다.
이 초고해상도 시뮬레이션을 구현하기 위해 팀은 세계 최대 규모 GH200 슈퍼칩 설치 시스템 가운데 하나인 ‘Alps(알프스)’의 GPU 8,192개와 ‘JUPITER(유럽형 초고성능 컴퓨터)’의 GPU 4,096개를 동원했다.
이번 성과의 핵심에는 슈퍼컴퓨터 구조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소프트웨어·알고리즘 혁신이 자리 잡고 있다. 연구팀은 지구 시스템을 구성하는 여러 모듈(대기, 해양, 육지, 탄소 순환 등)을 각각 전문화된 이기종(Heterogeneous) 시스템에 효과적으로 배치해, 기능적 병렬성을 극대화했다.
또 기존 기후 모델의 주 언어인 포트란(Fortran)으로 구현된 코드를 아키텍처별 최적화 세부 사항과 분리해, 중요한 구성 요소를 보다 쉽게 이식·최적화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슈퍼컴퓨터 환경에서도 비교적 효율적으로 모델을 확장·개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특히 연구팀은 이번 시뮬레이션의 잠재력을 강조했다. 이들은 “이 모델은 앞으로의 지구 온난화가 사람들과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역 규모에서 완전한 지구 시스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거대한·지속적인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며 “그동안은 존재하지 않았을 유형의 정보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초고해상도 ‘완전 지구 시스템’ 시뮬레이션이 향후 ▲국가·도시 단위 기후 리스크 평가, ▲극한 기후 사건(폭우·폭염·허리케인 등)의 지역별 분석, ▲기후 적응 및 탄소중립 정책 설계 등에 중요한 과학적 근거를 제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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