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는 비철금속 제품을 연간 100만톤(t) 이상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 제련소다. 최근에는 핵심 광물인 인듐, 안티모니 등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전략 광물의 허브로 주목받고 있다. 고려아연은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해 비철금속, 전략 광물 초격차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아연에서 인듐, 안티모니까지…게르마늄 공장 착공 본격화
지난 14일 찾은 울산 울주군의 온산제련소 굴뚝에서 빗속을 뚫고 수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이곳에서는 아연, 연, 구리 등 10여종의 비철금속 제품이 생산된다. 모든 공정을 통합해 원료에 포함된 유가금속 회수율을 높이는 '통합공정'이 적용돼 각 제련 공정이 유기적으로 연동되고 있었다.
가장 먼저 방문한 인듐 생산 현장에서는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온산제련소는 세계 최대 인듐 생산기지다. 아연 정광이나 2차 원료에서 모은 인듐을 액체로 전환해 용매 추출 공정을 통해 회수한다. 이후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다양한 부원료를 투입하고 전기 분해 등을 통해 고순도 인듐을 추출한다. 이어 숙련공들이 인듐을 도가니에 부어 냉각 및 성형 작업을 거쳐 5㎏의 괴로 제품화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인듐은 LCD 디스플레이, 터치스크린, 반도체 기판, 항공기 엔진, 태양광 패널 등에 다양하게 사용된다. 최근에는 태양광 산업에서 박막 태양전지 시스템 핵심소재로 주목받고 있으며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인화인듐 기반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온산제련소의 근간인 아연 공장에 들어서자 다양한 형태의 수 많은 아연괴가 눈에 띄었다. 고려아연은 단일 제련소 기준 가장 많은 아연을 생산하고 있다. 온산제련소는 아연 캐소드를 470~500℃로 유지되는 전기로에 투입, 용융시켜 고순도 아연괴를 생산하고 있다.
아연괴는 주로 철강사로 납품돼 철강제품 부식을 방지하기 위한 도금용으로 사용되며 액세서리 등에도 다양하게 사용된다.
전략 광물 허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준 안티모니 공장도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주조 과정에서 발생한 슬라임을 용해해 액을 녹인 후 전해 과정을 거친 뒤 주조를 통해 안티모니괴를 생산하고 있다. 현재 안티모니의 가격은 t당 7000만원 중반대로 고가지만 대부분이 수출되고 있다고 고려아연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후 방문한 곳은 온산제련소 내 폰드(불순물 저장 연못)였다. 이 부지가 고려아연의 게르마늄 공장 예정지다. 폰드 정화 작업을 거친 후 매립해 2026년 착공, 2028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1400억원이 투입된다. 고려아연은 최근 미국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구매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수년간 DT 작업 진행…에이전트·플랫폼 구축 돌입
고려아연은 생산성과 품질 경쟁력 강화를 위해 스마트 팩토리 전환을 추진 중이다. 김승현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소장(부사장)은 “제련소가 살아남는 방법은 생산성 증대라고 판단하고 AI와 자동화를 얼마나 정교하게 적용하는지가 관건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회사에 맞는 에이전트에 대한 고민을 AI 전문 교수님들과 논의해 툴을 만들어가고 있고 일부 공장에서는 디지털 트윈을 시도하고 있다. 또 수기로 작성하던 현장의 데이터를 AI를 접목시키기 위한 디지털 전환(DT)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라며 “선임급 이상 직원들은 AI 교육을 받으며 AI 인재로 육성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년간의 DT가 거의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라면서 “에이전트와 플랫폼 만드는 작업이 시작 단계에 접어들었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김 소장은 “앞으로 50년, 고려아연을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라면서 “MBK 파트너스와 경영권 분쟁 중이지만 이런 역경이 있어서 고려아연이 더 단단해지고 누구도 넘지 못할 기술력을 선도해 가지 않냐고 생각을 한다”라고 덧붙였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