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퀄컴이 중국 당국의 반독점 조사가 시작된지 이틀만에 규제 위반을 인정했다. 올 6월 이스라엘 차량통 통신 칩셋 기업 ‘오토톡스’를 인수하며 중국 당국에 통보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미·중 ‘파워게임’이 반독점 조사 배경인 만큼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겠다는 의도다.

12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중국 국가시장규제총국(SAMR)을 인용해 퀄컴이 중국 당국에 오토톡스 인수를 통보하지 않은채 거래를 마무리했음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10일 중국 당국이 오토톡스 인수에 대한 반독점 조사에 착수한지 이틀만이다. SAMR은 “2024년 3월 퀄컴에 오토톡스 인수를 위해서는 규제 당국 승인이 필요하다는 점을 통보했고 같은달 퀄컴이 더 이상 인수를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었다”며 “이후 퀄컴이 당국에 통보 없이 인수를 완료했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오토톡스는 2009년 이스라엘에서 설립된 차량용 통신(V2X) 반도체 제조 업체다. 차량용 통신이란 차량과 도로 인프라, 보행자, 이동통신망을 이어주는 기술을 뜻한다. 모바일 칩셋과 모뎀 시장 최강자인 퀄컴은 수년 전부터 차량용 반도체를 미래 시장으로 지목하고 관련 투자와 기술개발을 이어가는 중이다. 오토톡스 인수에 대한 최종 계약은 2023년 5월 발표됐고, 이후 유럽연합(EU) 등의 반독점 승인 절차를 걸쳐 올 6월 마무리됐다. 특히 최종 인수 직전인 올 5월에는 미 텍사스 오스틴 삼성전자(005930) 파운드리에 오토톡스 관계자들이 방문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며, 모바일AP에 이어 퀄컴 차량용 반도체의 삼성전자 파운드리 협력 기대감도 높아졌었다.
퀄컴은 2024년 회계연도 기준 매출 46%를 중국에서 거두고 있다. 이에 지리한 법적 공방 대신 ‘빠른 인정’으로 주요 시장인 중국 당국의 칼날을 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반독점 조사를 미·중 무역협상의 카드로 활용하고 있는 만큼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실제 중국은 지난달 15일 엔비디아가 2020년 인수한 멜라녹스에 대한 반독점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2020년 조건부 승인했던 건을 다시 걸고 넘어진 것이다. 이에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중국이 관세 협상 카드로 미국 빅테크의 인수합병(M&A)에 제동을 건다는 분석이 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