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최근 발표한 2025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의 회계투명성 순위가 69개국 중 60위로 대폭락했다. 이를 두고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회계개혁(신외감법) 핵심 제도를 지난 윤석열 정부가 '기업 부담 완화'를 이유로 무력화한 까닭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빅4 회계법인의 대부분이 감사 업무보다 고수익의 자문 서비스에 재정적으로 종속돼 있다. 김 의원은 빅4 법인의 '감사인 독립성 훼손'이 회계투명성 추락의 구조적 원인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가 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4대 법인의 매출구조는 이미 감사 업무가 컨설팅 등 비감사업무의 '종속 변수'로 전락했다. 업체별 매출액 대비 회계감사비중을 살펴보면 △삼일(PwC) 35.2% △삼정(KPMG) 32.46% △안진(딜로이트) 30.37% △한영(EY) 45.98% 등에 그쳤다. 반면 이들 법인의 세무자문비중은 △삼일 25.39% △삼정 17.79% △안진 20.53% △한영 13.19% 등이었으며, 경영자문비중은 △삼일 39.41% △삼정 49.75% △안진 49.09% △한영 40.83% 등으로 나타났다.
회계법인 본질 업무인 감사 업무가 고수익 비감사 서비스 및 경영자문에 종속돼 있는 셈이다. 특히 삼일 삼정 안진 등은 본질 업무인 감사업무보다 경영자문의 비중이 높아 사실상 컨설팅 회사와 다를 게 없다는 시각이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가 단행한 외감법 개혁 이후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법 개정 이후 회계법인들은 네트워크 법인을 통해 비감사부문 매출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회계법인이 고수익 컨설팅에 재정적으로 종속될수록 감사인은 고객 유지를 위해 독립적인 판단을 포기하고 '자기 검토 위협(Self-review threats)'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회계감사인이 이해충돌에서 자유롭게 공적감시자(워치독)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감사인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공인회계사법은 감사와 비감사 서비스 병행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대형 법인은 별도의 네트워크 법인을 통해 고수익의 비감사업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아울러 김 의원은 지난 윤석열 정부의 금융위가 기업부담 완화를 명분으로 신외감법의 핵심 제도들을 대거 약화시킨 게 회계투명성 후퇴, 회계사 공급 과잉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기업 수요를 반영한다는 명분으로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을 증원했다. 하지만 감사 시장의 품질이 흔들리며 회계법인의 수용 능력은 오히려 약화되고 있다.
실제 회계사 선발 규모 1200명 대비 절반 이상 회계사가 수습처를 찾지 못하는 '미지정 회계사'로 전락한 실정이다. 이 규모가 줄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전체적인 감사품질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게 김 의원의 시각이다.
김 의원은 "국제사회가 신뢰하는 대한민국의 회계투명성이 자본시장 선진화의 핵심적 토대인 만큼, 국정감사를 통해 강력한 개혁방안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