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바둑협회가 LG배 최종국에서 커제 9단이 기권패한 것에 불복 입장을 나타낸 데 이어 자국 리그에 외국인 선수를 쓰지 않겠다는 공지를 발표했다. 사실상 한국 선수를 쓰지 않겠다는 보복성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바둑협회는 25일 “올 시즌 각종 바둑팀 대회 임대 선수 수에는 외국인 선수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공지문을 올렸다고 중국 닝보망 등이 전했다. 중국 바둑협회는 각팀별 의견이나 제안이 있으면 27일까지 피드백을 달라고 덧붙였다. 리그에 외국인 선수를 쓰지 않고 자국 선수들로만 운영하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한국 선수를 퇴출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앞서 중국 바둑협회는 24일 커제 9단이 한국 변상일 9단에 기권패한 LG배 경기 이후 “심판의 중단 시기가 부당해 정상적인 경기 진행에 영향을 미쳤다”며 제3국 경기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후 사실상 한국 선수를 겨냥해 자국 바둑대회에 외국인 선수를 포함하지 않겠다는 공지를 각 팀에 전달한 것이다. 지난 시즌 중국 바둑리그에서 활약한 외국인 선수는 8명인데, 이중 7명이 변상일 9단 등 한국선수며 1명이 일본 선수다. 중국 바둑협회의 이번 공지는 사실상 한국 선수 퇴출을 위한 보복성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끝난 LG배 바둑대회 결과 이후 이어진 전격적인 조치다. 제29회 LG배 기왕전 결승 3번기 최종국에서 변상일 9단이 중국 커제 9단에게 159수 끝에 기권승을 거둬 우승했다. 당시 커제 9단은 대국 도중 사석(따낸 돌)을 사석 통에 넣어야 하는 규정을 위반하면서 심판이 진행을 멈추고 경고와 함께 벌점 2집 부여를 지시했다. 그러자 커제 9단이 이에 불복하고 대국을 포기하면서 변상일 9단의 기권승으로 판정됐다.
이에 대해 중국 바둑협회는 “기사가 심판으로부터 과도한 방해를 받아 경기를 계속 완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대회 주최 측인 한국기원에 재경기를 신청했지만 이뤄지지 않아 협회는 이번 LG배 제3국 결과를 수용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커제의 기권패 소식 이후 중국 포털사이트인 바이두와 소셜미디어(SNS) 웨이보 등에서는 해당 내용이 검색 상위권에 오르고 누리꾼들도 커제의 웨이보 계정에 응원 댓글을 남기는 등 관심이 뜨거웠다. 이후 중국바둑협회는 결과 불복에 이어 사실상 자국 대회에 한국선수 출전을 금지하겠다는 의지를 공표했다.
중국 스스로도 이번 조치가 보복인 것을 인정하는 보도도 나왔다. 중국 포털 왕이는 “중국 바둑협회의 이번 행보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이 이탈리아에 승리한 뒤 안정환이 페루자에서 방출된 것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