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가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인스터(국내명 캐스퍼 일렉트릭)' 유럽 판매 총력전에 돌입했다.
초기 구매 부담이 적은 합리적 가격대의 리스 상품을 통해 보급형 전기차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포석이다.
현대차는 이달 유럽 최대 전기차 시장인 독일에서 인스터 판매 확대를 위해 파격적 혜택을 제공하는 리스 상품을 출시했다.
현대차 독일법인은 이달 중 인스터를 계약하는 고객에 월 299유로(약 47만원)에 48개월간 차량을 빌려 탈 수 있는 리스 상품을 내놨다. 선납금이나 보증금 없이 월 리스료에 종합 보험과 정비 등 모든 유지 비용이 포함된 가격이다.
독일 자동차 종합 보험료는 초보 운전자 기준 연 2000유로(약 310만원)에 달한다. 인스터의 주요 타깃 고객인 초보 운전자를 겨냥해 구매를 유도하려는 현지 마케팅 전략 일환이다.
현대차 이탈리아법인 역시 인스터를 대상으로 8000유로(약 1260만원)의 선납금을 내면 월 149유로(약 23만원)에 36개월간 차량을 리스할 수 있는 상품을 선보였다. 동급 내연기관 차량의 리스료과 비슷한 수준의 저렴한 가격이다.
앞서 현대차는 1월 벨기에 브뤼셀모터쇼에 인스터를 공개하고 유럽 전역 진출을 선언했다. 인스터의 독일 가격은 2만3900유로(약 3700만원)부터로, 현지 판매 중인 전기차 가운데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현대차가 인스터 유럽 공략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보조금이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연합(EU) 27개국 전기차 판매량은 14만4367대로 전년 동기 대비 10.2% 감소했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축소 여파다.
같은 기간 현대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한 42만3433대로, 이 가운데 전기차 판매량은 30% 줄어든 4만1475대다.
글로벌 완성차간 2만유로대(약 3000만원대) 보급형 전기차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현대차가 인스터를 출시한 데 이어 기아가 올해 새로운 보급형 전기차 EV2 출시를 준비 중이다.
폭스바겐은 내년 2만5000유로대 ID.2all, 내후년 2만유로대 ID.EVERY1을 선보일 계획이다. BYD가 올해 소형 전기 SUV 아토 2를 유럽에 투입하는 중국 업체 공세도 거세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