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우리 치과계에 매우 뜻깊은 한 해이다. 우리나라에 서양 치의학이 들어온 지 올해로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대한치과의사협회의 창립기원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치의학사를 연구해 온 여러 연구자들에 의해 역사적 해석에 많은 논점을 불러일으켜 온 것은 사실이지만 2022년 제71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 1925년을 창립원년으로 결의한 만큼 더 이상의 논쟁은 일단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 치과계는 지난 100년 동안 서양 중심의 치의학에서 한국 실정에 맞는 치의학으로 발전해 왔고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상당히 빠른 발전을 거듭하면서 현재는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올랐다고 자부해도 될 만큼 우리나라 치의학의 수준은 이미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일본치하에서의 치의학 발전이 미미했다면 6.25전쟁을 겪고 난 이후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우리나라 경제속도에 발맞추어 우리나라 치의학 수준도 불과 70여년만에 세계 정상급에 올랐다는 것은 또 하나의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는 치의학 발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치과산업 분야의 발빠른 발전 속도가 한몫을 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치과산업의 경우 과거 외국산 일색이었던 시절에서 점차 국산화가 이뤄지고 있고 최근에는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의 400여개 회원 치과업체 중 절반 정도가 수출주도의 제조업으로 국산화 속도가 그만큼 빨라지고 있는 것을 보면 희망적이기는 하다. 그러나 좀 더 고부가 가치의 치과 장비나 치과기자재, 치과재료 등 치과 관련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에 대한 개발이 더욱 필요하고 이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필요한 단계에 와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는 세계 치과계에서 알아줄 만한 세계 유수의 치과계 기업은 아직 없다고 본다. 유럽 강국과 미국, 일본 등에는 치과인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세계 굴지의 치과기업체들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제 세계 치과계에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단계이다. 물론 각고의 노력으로 세계 시장에 발을 내딛고 열심히 확장해 나가는 기업은 많지만 세계적인 기업으로 각인되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다행히 정부당국도 이제 치과기자재를 포함한 의료기기 산업의 고부가 가치성에 눈을 뜬 모양이다. 보건복지부는 2023년 4월에 제1차 의료기기산업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2023~2027)을 발표했는데 2021년 80억 달러에 불과한 국산 의료기기 수출을 2027년에 160억 달러 수준으로 끌어 올려 의료기기분야에서 세계 5위의 수출강국이 되겠다는 포부다. 이러한 계획은 2021년 수출실적이 세계 10위에 해당하고 2017~2021년 5년간 연평균 10%의 높은 성장세를 기록해 온 실적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치과의료기기에 대한 성장세는 폭발적이라고 한다. 2023년 전체 의료기기산업 생산실적인 11조3천억 원에 비해 치과의료기기 생산실적은 3조원으로 전체 중 26%의 생산실적을 차지한다고 했다. 정부는 우리나라 치과의료산업의 생산실적 성장률이 연간 20%를 넘고 있을 정도로 괄목할만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고 발표했다.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우리나라 치과산업은 생산액 중 수출액이 77%가량을 이루는 수출주도형 산업이라고 한다.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보건복지부는 또 제3차 보건의료기술육성기본계획(2023~2027년)을 발표하여 향후 환자 맞춤형 치과 의료기기 개발을 비롯해 임상 사례 데이터 활용, 질환별 맞춤 진단 등 전주기 구강관리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정밀의료, 재생의료, 디지털 헬스 등 미래 의료패러다임과 치과의료 수요에 부합하는 기술 개발을 중점으로 R&D를 추진할 것이라고도 발표했다. 치의학연구원을 중점으로 전체적인 치의학 R&D 역량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으로 보인다.
빠른 시일내 국립치의학연구원이 건립되면 앞으로 부족한 부분에 대한 발전이 기대되는 만큼 이제 치과계는 미래 100년을 향한 준비는 확실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이러한 치과산업 분야에 대한 연구에도 치과의사들이 공학자들과 함께 많이 참여하여 우리나라 치과산업 분야가 비약적인 발전을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치과산업의 발전은 곧 치과의술의 발전과 함께 가는 축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제 치과의사라고 해서 꼭 개원을 하여 환자만을 진료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우수한 젊은 치과의사들이 치과산업 발전에 기여해야 하고 또 그런 장이 치과계 산업 분야에서 열릴 수 있도록 산업체들도 준비해야 한다고 본다. 임플란트는 물론 생명공학 기술인 biotechnology를 이용한 치과재료 개발과 치과치료기술 개발, IT 및 AI 기술을 접목한 치과의료기기 및 재료 개발 등 미래 100년은 최첨단 기술과 접목된 치과의료기술 시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치과역사 100년이 지났고 올해부터 100년의 미래가 열리고 있다. 과거 100년의 역사는 인술을 지고지순의 사명으로 알고 환자치료에 최선을 다해 온 시대였다면 향후 100년은 최첨단 기술이 접목된 치과산업의 발전으로 치과의술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가는 시대가 될 것이다. 이러한 시대에 한국 치과계 100년째를 맞이한 올해가 K-치과의료기기, K-치과의술이 세계를 제패하는 미래 100년의 원년이 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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