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는 지난 26일 대전에서 KT와 힘든 승부를 앞두고 있었다. 8연승 뒤 2연패를 당한 한화가 다시 상승세를 탈지, 아니면 연패의 늪에 더 깊이 빠질지 갈림길에 선 것이다.
선발 투수 매치업도 만만찮았다. 한화는 문동주, KT는 고영표를 선발로 내세웠다. 고영표는 이 경기 전까지 5경기(32.2이닝) 2승 평균자책 1.65의 성적을 거뒀다. 일단 문동주가 선발 싸움에서 밀리지 않아야 한화에 승산이 있었다.
문동주는 이날 7.2이닝 3안타 2볼넷 8삼진 1실점 호투를 펼쳤다. 고영표도 6이닝 6안타 2볼넷 4삼진 2실점으로 잘 던졌지만, 선발 대결에서 우위를 점한 한화가 2-1로 승리했다. 사실상 문동주가 팀의 연패를 끊어낸 셈이다.
지난해 9월 어깨 통증으로 시즌을 조기 마감했던 문동주는 몸 상태를 고려해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천천히 페이스를 끌어 올렸다. 개막에 맞춰 선발 로테이션에 진입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문동주는 지난달 27일 잠실 LG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무실점 호투로 자신을 향한 우려를 씻어냈다.
2022 KBO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문동주는 2023시즌 23경기 8승8패 평균자책 3.72로 ‘신인왕’에 올랐다. KBO리그 국내 투수 최초로 시속 160㎞대 ‘강속구’를 던지며 구속 혁명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지난해 21경기 7승7패 평균자책 5.17에 그친 문동주는 올시즌 6경기(29.2이닝) 3승1패 평균자책 3.03으로 순항하고 있다. 두 번째 등판이던 지난 2일 롯데전에서 2이닝 4실점, 8일 두산전에서 4이닝 4실점(3자책)으로 주춤했지만, 13일 키움전 6이닝 1실점(비자책)과 19일 NC전 5이닝 2실점 호투에 이어 KT전까지 3연속 선발승을 이어갔다.
빠른 공이 강점인 문동주는 여간해선 타자와 힘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투수다. 올해는 스탯티즈 기준 구사율을 17.3%까지 올린 포크볼의 완성도가 높아졌다.
선발 투수로서 안정감도 갖춰가고 있다. 규정이닝에 0.1이닝 모자라 공식 순위에 들진 못하지만 이닝당출루허용률(WHIP)이 0.84, 피안타율도 0.196으로 수준급이다. 무엇보다 빠른 공을 던지면서도 제구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9이닝당 볼넷은 1.21개다.
문동주의 올해 첫 번째 목표는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완주하는 것이다. 강력한 ‘5선발’ 문동주가 건강하게 로테이션을 소화하면 한화의 ‘선발 야구’도 힘을 잃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