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죽음의 17연전'을 마쳤다. 단 하루 주어진 휴식일이지만 이정후에게는 꿀맛이 아닐 수 없다.
샌프란시스코는 28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 홈 경기를 끝으로 17연전을 마무리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2-2로 맞서던 9회말 엘리엇 라모스의 내야 안타 하나와 상대의 연속된 송구 실책으로 끝내기 점수를 뽑아 극적이면서도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그야말로 대장정이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12일 뉴욕 양키스와 원정 3연전을 시작으로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원정 4연전, LA 에인절스와 원정 3연전 등 원정으로만 10연전을 소화했다. 그리고 곧바로 휴식 없이 홈에서 밀워키 브루어스와 4연전, 텍사스와 3연전까지 치렀다. 그리고 드디어 29일에는 경기 일정이 없다.

KBO리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먼 이동거리까지 감안하면 이런 일정이 어떻게 가능한지조차 의아스러운, 지옥의 17연전이었다.
이 17연전을 이정후는 완주했다. 전 경기에 모두 출전했고 그 가운데 한 경기를 제외한 16경기는 선발로 출격했다. 18일 필라델피아전에서 유일하게 선발 제외돼 하루 휴식을 얻는가 했지만, 경기 상황 때문에 9회 대타로 나섬으로써 17연전을 모두 뛰었다.
KBO리그에서 6연전 이상도 거의 뛰어보지 못했고,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이었던 지난해 부상으로 5월에 일찍 시즌을 접었던 이정후로서는 '낯설고 힘든' 경험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정후는 이 기간 흔들림 없이 제 위치를 지키며 활약을 이어왔다. 17연전동안 이정후는 타율 0.317(63타수 20안타)에 홈런 3개를 쳤고 9타점 9득점의 준수한 성적을 냈다. 멀티히트를 5차례 기록했고 최근 5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왔다.
이정후가 이렇게 앞장서서 활약한 가운데 샌프란시스코는 17연전에서 10승 7패로 잘 싸웠고, 그 결과 29일 현재 시즌 전적 19승 10패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에 올라 있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이자 올해도 최강팀으로 꼽히는 LA 다저스(18승 10패)에 0.5게임 차로 앞섰다.
당연히 미국 현지에서는 이정후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부상으로 많은 것을 보여주지 못해 KBO리그 MVP 출신이라는 타이틀에 대해 의문부호를 붙여놓았던 매체들이나 팬들이 이정후의 진가를 알아본 것이다. 이정후의 시즌 성적은 28경기 타율 0.324(108타수 35안타)에 16타점 22득점. 홈런 3개와 2루타 11개 3루타 2개로 장타력도 뽐내며 OPS(출루율+장타율)는 0.929다.
지난 시즌 37경기 타율 0.262(145타수 38안타)에 8타점 15득점, 홈런 2개와 2루타 4개, OPS 0.641과 비교하면 이정후가 올해 얼마나 빼어난 활약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17연전 가운데 가장 힘들었던 경기로 출발점이었던 양키스와 원정 3연전을 꼽으면서 당시 이정후의 맹활약 덕분에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멜빈 감독은 양키스와 3연전을 "이정후의 시리즈였다"고 했다. 차가운 날씨 속 비까지 내려 1차전은 6회 강우콜드게임으로 끝나는 등 악조건 속에서 치른 3연전에서 이정후는 9타수 4안타 3홈런 7타점 4볼넷 OPS 2.171의 경이로운 활약을 했다.
이정후의 이름을 미국 전역에 각인시킨 17연전은 끝났다. 샌프란시스코는 하루 쉰 다음 30일부터 같은 지구 3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17승 11패)와 원정 경기로 다시 일정을 재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