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자현 신임 서울고검장이 29일 취임식에서 "겸손한 마음으로 과거를 돌아보고 반성하며, 검찰 본연의 업무에 진정성 있게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검찰에 대한 비판과 사회적 요구가 이처럼 높아가는 시기에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답이 그리 복잡하지는 않아 보인다"며 이같이 주문했다.
구 고검장은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본격화한 수사-기소 분리 등 검찰개혁을 ‘태풍 예보’에 비유했다. “(예고된 태풍을) 애써 외면하거나 어떻게든 지나가겠지 하면서 버티기만 해서는 더 큰 위험을 불러오게 된다”면서다.
이어 “문제의식 없이 기계적으로 해 오던 일들이 어쩌면 우리 내부에서만 설득력을 가질 뿐 공감을 얻기 어려운 것은 아닌지, 국민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은 없는지 생각하고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임 일성으로 검찰개혁에 대한 능동적 대응과 검찰 구성원의 반성과 개선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구 고검장은 검찰개혁에 대한 구성원들의 관심도 촉구했다. 특히 “다양한 의견이 만들어지고 내부 소통이 돼야 보다 나은 결론에 이를 수 있다. 무관심과 냉소가 상황을 가장 어렵게 만든다”며 “사회적으로 진행되는 형사사법제도 변화에 관한 논의에 구성원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형사부와 공판부의 사정이 정상화 돼야 국민이 바라는 검찰상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그는 "수사권 조정 후의 수사 현실과 여러 이유로 이어지는 재배당, 만성적인 인력 부족 등의 사정으로 일반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부 검사실 구성원들은 열패감까지 느껴가며 매일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며 "하나의 사건에 쏟아부을 수 있는 정성의 총량이 작아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또 "공판부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며 "어렵고 복잡한 사건일수록 다수의 변호사들이 선임되고 두툼한 의견서들이 수시로 제출돼 공판 기록이 수사 기록보다 많아지며 법정에서는 새로운 주장이 등장하고 현란한 변론이 진행된다"고 말했다.
구 고검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법무부 대변인·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비롯한 요직을 거쳤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에서는 한직으로 분류되는 법무연수원으로 발령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