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위기·집단소송 수면 위로…네이버웹툰 나스닥 상장 '후폭풍'

2024-10-15

[비즈한국] 네이버웹툰 노조가 파업 권한을 포함한 쟁의권 확보에 나서면서 창사 이래 첫 파업 가능성을 예고했다. 네이버웹툰 노사는 미국 나스닥 상장 후 추가보상을 놓고 반 년째 합의하지 못하고 최근 조정 절차에 들어갔다. 현금 보너스만 400억 원이 넘는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와의 막대한 ‘보상 격차’가 주요 배경으로 지목되는데 노조가 파업 카드까지 고려하면서 조정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공모가보다 높은 스톡옵션 행사가, 보상 격차 두고 노사 내홍

네이버웹툰의 본사이자 미국 법인인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지난 6월 말 뉴욕 증시에 순조롭게 입성했다. 상장 첫날 주가는 10% 가까이 오르며 기업 가치는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을 크게 넘어선 4조 원까지 불어났다. 미국 시장에서 성장성을 인정받은 데뷔전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는데, 이와 동시에 경영진에 대한 보상 규모에 이목이 집중됐다.

기업공개(IPO) 당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네이버웹툰 최고경영자(CEO)직을 겸하는 김준구 웹툰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는 현금 보너스 3000만 달러(약 416억 원)와 회사 보통주 1만 4815주에 대한 양도제한 조건부주식(RSU), 스톡옵션 11.5만 주 등의 성과 보상을 받는다. RSU는 경영 성과에서 상장 완료 등 일정 조건을 달성할 경우 회사 자사주를 직접 지급하는 인센티브 제도로 네이버는 2022년 이 제도를 도입했다. 양도 제한이 붙기 때문에 즉각적인 수익 실현보다 장기성과에 초점을 맞춘 게 특징이다. 박찬규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지난해 본사에 영입된 데이비드 리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도 각각 RSU 3437주와 7614주를 받는다. 김 대표는 지난해 보수로도 상여 126억 원을 포함해 약 134억 원의 보수를 지급받았다. 

김 대표에 대한 성과 보상은 약 20년간 네이버웹툰의 성장과 웹툰 산업 생태계를 일군 주역에 대한 예우로 평가되는데, 의도치 않게 노사 갈등의 불씨를 지피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는 지난 10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노사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단체 교섭이 결렬되자 쟁의 행위 준비 수순에 들어간 것. 조정신청은 노사가 임금·단체교섭 등 과정에서 합의하지 못했을 때 지방노동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조정안을 마련하는 절차다.

주요 쟁점은 일부 임원들을 제외한 임직원에 대한 상장 보상 문제다. ​네이버 노조는 IPO 추가 보상 재원 규모와 기준 등을 같이 만들 것을 사측에 제안했으나, 사측이 사측 안 수용을 전제로 인사 제도 등 다른 안건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고 주장한다.

상장 보상안이 노사 내홍으로 불거질 조짐은 상장 전부터 있었다는 말이 나온다. 네이버웹툰은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지난해부터 인센티브 축소 등 경영 효율화를 진행한 바 있다. 가파른 성장 속에서도 이어지는 만성적자 구조를 줄여야 상장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만 1억 4480만 달러(약 200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는데, 노조는 그간의 성과와 상장을 달성하기까지 일반 임직원들의 기여가 컸다는 입장이다. 임직원의 스톡옵션 행사가격이 공모가(21달러)보다 높은 것도 불만을 사고 있다.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14일(현지시각) 종가 기준 11.3달러로 공모가의 절반 수준이다. 주가 반등 전까지는 스톡옵션 행사 시 손해를 보는 상황이다.

네이버웹툰의 제작자회사 스튜디오 리코의 경우 통상임금에 대한 ‘글로벌 인센티브’ 복원이 쟁점으로 전해진다. 글로벌 인센티브는 네이버 사업법인이 받는 무상 주식 보상 프로그램과 운영법인이 받는 특별 인센티브를 의미한다. 조정위원회는 네이버웹툰과 스튜디오 리코 두 법인 건을 병합해 심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올 4월부터 아홉 차례에 걸쳐 교섭을 진행한 노조는 오는 21일로 예정된 조정회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쟁의 조정 기간은 신청일로부터 10일로, 당사자 합의에 따라 10일까지 연장될 수 있다.

#미국 로펌서 집단소송 예고, ‘소송의 나라’ 뛰어든 ‘후폭풍’

반토막 난 주가에 미국 투자자들의 소송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변수가 커지고 있다. 지난 9월부터 미국 증권소송 전문 로펌 로젠, 커비맥이너니 등은 웹툰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한 주주 집단소송의 소송인단을 모집하고 있다. 회사가 광고 수익, 지식재산권(IP) 사업 둔화와 매출 성장을 상쇄하는 수준의 원·엔화 환율 영향 등을 IPO 당시 제대로 밝히지 않고 의도적으로 은폐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환율 영향 등의 위험요인은 웹툰엔터테인먼트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언급돼 있는데 불충분하다는 문제 제기로 보인다.

특히 IPO 6주 뒤 처음으로 발표된 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밑돈 것을 두고 허위 또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자료를 SEC에 제출했다는 점도 의심하고 있다. 웹툰엔터테인먼트가 “일본에서 유료 콘텐츠와 광고 매출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IP 사업도 호실적을 거두며 전체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고 자평한 성적표를 두고 불만족한다는 평가를 내놓은 셈이다. 웹툰엔터테인먼트의 2분기 매출(연결 기준)은 3억 2100만 달러로 시장 전망치를 하회했고, 광고 매출과 IP 비즈니스 매출은 각각 3.6%, 3.7% 감소했다. 환율 변동 영향을 제거하면 각각 2.3%, 24.9% 증가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미국은 소액주주들이 쉽게 소송할 수 있는 나라다. 기본적으로 주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하면서 나타난 문제인데 네이버웹툰은 적어도 한국과 아시아권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성장성과 수익성을 높이는 비즈니스 모델을 보여주며 대응한다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짚었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미국 증권법 위반을 주장하는 민사 소송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계류 중인 소송에 대해서 공식 입장은 없으며, 강력히 변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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