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지 만 3년만에 양측의 종전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전쟁 재발 방지를 위한 전후대책이 담긴 전문가 보고서가 나와 주목된다.
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스위스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는 싱크탱크 '제네바안보정책센터'(GCSP)는 지난주 우크라이나에서 평화유지 활동을 진행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담긴 보고서를 발간했다.
31페이지 분량의 이 보고서는 약 1천100㎞의 전선을 따라 최소 너비가 6마일(약 9.65㎞)인 완충지대를 구축, 양측의 충돌을 억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 민간인과 경찰로 구성된 5천명 규모의 인원이 휴전선을 따라 순찰을 진행하고, 제3국에서 파병한 1만명 규모의 병력이 이들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러한 활동은 유엔이나 여타 국제기구의 위임을 받아 진행돼야 하며, 전쟁 억지력 확보를 위한 '인계철선' 역할을 할 다른 부대들과는 별개의 성격을 지녀야 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부연했다.
GCSP 보고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군당국자로 합동위원회를 구성, 국제감시단이 적발한 휴전 위반 사례 등과 관련해 서로 책임을 묻고 포로 교환, 지뢰제거, 민간인 왕래를 위한 통로 확보 등을 협상하도록 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GCSP는 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부터 전후 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를 진행해 왔고, 이번에 낸 보고서 작성에는 평화유지군 활동 경험이 있는 전직 군지휘관과 국제기구 당국자들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미국 측 외교정책 전문가들도 개인 자격으로 관여했으며, 논의 전후 자국 정부와 관련 내용을 공유했을 것으로 여겨진다고 토마스 그레밍거 GCSP 소장은 말했다.
실제 이 보고서는 정식 발간되기 전인 지난달 기밀채널을 통해 관련국들에 사전 공유됐으며, 해당 채널은 제네바에서 미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외교정책 전문가들이 정례적으로 진행하는 회의였다고 NYT는 전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구상대로 신속한 휴전이 타결된다고 해도 한국과 북한을 가르는 비무장지대(DMZ) 길이의 5배에 해당하는 700마일(약 1천100㎞)의 전선에서 평화유지 활동을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보고서 초안을 작성한 유럽안보 전문가 월터 켐프는 "사상 최대의 휴전 감시 작전 중 하나가 매우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 연구소의 러시아 전문가 새뮤얼 채럽도 "전례없고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병합 직후인 2015년 휴전 협정을 체결했으나 위반 행위를 처벌할 수단이 부재했던 까닭에 유명무실해진 경험이 있다.
아울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휴전에 합의할 의사가 있는지와 관련해서도 여전히 회의론이 가라앉지 않는 상황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독일 국제안보문제연구소의 야니스 클루게 연구원은 "(휴전이 임박했다는) 환상에 마음을 빼앗기면 위험하다"면서 "우크라이나가 독립과 주권을 유지하는데 러시아가 동의한다는 게 현실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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