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희 코레일 사장 “KTX 요금 인상률 17%로 잡아…정부와 협의”

서울~부산 기준 5만9800→7만원 예상

전기요금 부담 급증…14년 만에 2.8배

KTX 대체 차량 발주 5조 투입 예정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14년만에 KTX 운임을 인상한다. 인상률 목표치는 내부적으로 17%로 잡았다. 이에 따라 KTX 운임은 서울~부산 기준 5만9800원에서 6만9966원, 7만원으로 오를 전망이다. 다만, 관련법에 따라 정부가 지정한 운임 상한내에서 조절해야 하는 만큼 인상률 목표치는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25일 대전사옥 8층 디지털 허브에서 국토교통부 출입기자단 초청 간담회를 개최하고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한 사장은 "올해 업무계획을 세웠는데 예산 계획에서는 KTX 운임 인상률 목표치를 17%로 예상했다"며 "업무계획상 17% 인상이라는 자체적인 노력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정부랑 협의할 때 근거로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레일이 KTX 운임 인상에 나서는 것은 2011년 이후 14년째 동결인데, 전기요금 등 재정부담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KTX 요금은 서울~부산 일반실 기준으로 5만9800원에 머물러 있지만, 고속버스 서울~부산 간 요금은 우등 기준 2012년 3만2600원에서 2023년 4만 9700원까지 올랐다. 인상률은 50% 이상이다.

여기에 한국전력의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영업비용 6조 6395억원 중 전기요금은 5796억원(8.7%)을 차지했다.

전기요금은 한전에 지난해 5796억원을 납부했는데, 올해 6400억원을 납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1년과 비교하면 2000억원대에서 2.8배가 늘었다. 전기 요금 절감을 위해 코레일은 운전 가감속 기술, 차량 상태에 따른 전기요금 절감, 에너지가 덜 소모되는 차량 제작, 자체 발전소 건립 등을 진행중이다.

차량 노후화로 인한 KTX 대체 차량 발주까지 맞물렸다. 코레일은 KTX-1, KTX-산천, KTX-원강, KTX-청룡 등 모두 4종류의 KTX를 운영하고 있다. 이중 절반 이상이 KTX-1으로 2033~2034년에 차량 교체시기가 예정됐다. 코레일은 2040년까지 노후 고속 1224량을 교체할 계획이다.

한 사장은 "대체 차량 투입에는 5조원 내외가 예정됐는데, 코레일이 이를 부담하면 부채 비율이 400%까지 치솟을 수 있다"며 "국회에서 정부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법률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유로 운임 논의는 갑작스럽게 이뤄진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 사장은 "14년간 전혀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며 "물가상승률에 맞춰 얘기가 진행됐었지만 정부가 여러가지 상황으로 잘 안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국토부와 기재부가 (운임) 상한을 정하는 것으로 인상을 추진한다면 당장 몇% 올린다는 것이 아니고 상한을 어디까지 올릴지 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레일이 철도 운임을 올리기 위해서는 국토부와 기획재정부가 협의한 후 운임 상한을 지정·고시하고, 코레일이 상한범위 내에서 운임을 국토부에 신고해야 한다.

한 사장은 "정부도 차량 교체 필요시기 재정상태 등 필요성에 대한 공감되는 형성됐다"며 "구체적 시기나 인상률, 다른 지원 수단 여부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진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지금 시점이 중요한 것은 KTX 대체 차량이 곧 발주되는데 5조원이 소요된다. 지금 준비를 하지 않으면 코레일의 재정적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며 "당장은 아니더라고 정부와 준비를 해 나가는것이 중요하고, KTX 차량 노후화가 심해지고 있어 지난 연말부터 운행편수를 줄였다. 차 피로도가 커져 운행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재무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매년 적자가 나는 철도 화물 사업을 민영화 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반대했다. 한 사장은 "화물 자체가 민영화된다고 해서 정부지원이나 다른 보조수단 없이 흑자전환 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네트워크를 같이 쓰는 점에서 민영화가 답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한 사장은 "14년간 조금씩 올렸으면 충격도 덜할텐데 늦어질 수록 일시에 올려야 하는 인상률이 높아져 부담스럽다"며 "우리도 정부도 빠르게 인상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