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핑 치과 문제…세대 간 차이 고려해야”

2025-01-16

치협 정책연구원, 공청회 개최…만 39세 이하 치의, 경쟁 압박 크고 자율성‧명성 중시해

의료 상업화 저지‧윤리/직업의식 고취‧대국민 홍보‧진료 다각화‧자율징계권 등 대안 제시

덤핑 저수가 과잉진료 치과 문제 해결을 위해 ‘세대갈등’을 다루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 치과의료정책연구원(연구원장 박영채 이하 정책연) 주최로 ‘덤핑(저수가 과잉진료) 치과의 정의, 실태, 대안마련에 관한 공청회’가 지난 10일 서울 송정동 치과의사회관 4층 대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정책연은 지난해 1월 지정주제를 가지고 연구과제를 공모해 이번 주제를 선정했고,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한동헌 교수가 이에 대한 용역연구를 진행했다. 한동헌 교수는 이번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취합해 최종보고서를 완성한다는 방침이다.

한동헌 교수는 치협 지부와 치과의사 커뮤니티 사이트 ‘모어덴’의 협조를 받아 전문가 초점집단 인터뷰를 진행하고, 치과의사, 치과대학생, 국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모의환자 실험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먼저 한 교수는 ‘덤핑(저수가 과잉진료) 치과’를,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들여 초저가 진료를 한다는 불법 혹은 무분별한 광고를 통해 환자를 유인해 윤리적이지 않은 치료계획과 진료를 하는 치과로 이러한 활동을 원활히 하기 위해 기업형 사무장이 치과 경영을 책임지는 행태를 보인다고 정의했다.

실제로 ‘치과의사 부정행위 경험 여부’를 묻는 설문에서 ▲보존치료 해도 될 치아를 발거하고 임플란트 식립 ▲상담실장이 치료계획을 설명하고 동의를 받음 ▲예방처리를 해도 될 치아를 충치로 진단하고 수복 ▲보조인력에게 위임진료를 지시하거나 방임 ▲주변보다 수가를 낮춰 환자 유치 ▲허위진단서 작성 또는 과잉진료 요구 수용 ▲의료광고심의위원회 심의를 받지 않고 광고 ▲기업형 사무장 치과에 고용돼 근무 순으로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

만 39세 이하 젊은 치과의사일수록 모든 영역에서 경험한 비율이 높았다. 반면 50대 이상은 다른 세대 보다 ‘상담실장’에게 치료계획을 넘기는 경우가 확연히 높았다.

징계가 필요한 부정행위를 묻는 질의에 세대를 막론하고 압도적으로 ‘기업형 사무장 치과’를 1위로 꼽았다. 이어 ▲위임진료 ▲저수가 ▲불법광고 순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부정행위 방지’를 위한 방안을 묻자 세대를 막론하고 ▲진료환경 및 제도 개선 ▲강력한 제재 마련이 1‧2위를 차지했으며, 징계 수준에 대해서는 ▲면허 정지 ▲면허취소 ▲벌금형 순으로 나타났다. 부정행위 근절기관 주체에 대해서는 ▲치협 ▲보건복지부 ▲보건의료분야 전체에 대한 전문기관 신설 순으로 답했다.

그러나 대안으로 제시되는 ‘윤리교육’에는 미온적인 응답이 많은 반면, ▲수가개선 ▲치대정원 조정 ▲모니터링 및 기준마련 ▲자율징계권에 대한 요구는 높았다.

또 설문조사 결과에는 치과의사 세대 간 차이가 드러났다. 젊은 세대 일수록 경쟁압박이 더 크고 보여지는 것에 더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교수에 따르면 치과의사 ‘직업/업무 만족도’를 묻는 질의의 경우, 5년 전보다 확연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태어나도 치과의사를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한 비율은 2019년도 55%에서 2024년도엔 30.6%로, ‘자녀에게 치과의사를 추천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의에는 ‘있다’고 답한 비율이 2019년도 47%에서 2024년에는 22.8%로 한참 떨어졌다 전반적인 직업 만족도 역시 ‘만족한다’고 답한 비율이 2019년엔 62.2%였으나 2024년엔 52.6%로 10%나 떨어졌다.

특히 만 39세 이하 젊은 치과의사들의 경우 주변치과와의 경쟁압박이 ‘높다’고 답한 비율이 62.5%에 달했고, 치과의사로서의 자신의 미래는 ‘어둡다’고 답한 비율이 48.5%로 나타나는 등 젊은 치과의사들의 심한 압박에 시달리는 것으로 보인다.

주변 치과의 ‘낮은 임플란트 가격’으로 인한 매출 손실 비율을 묻는 질문에 만39세 이하 치과의사들은 –36.3%였으며, 40대 이상은 –33% 50대 이상은 34.1%로 나타났다. 타 치과의 ‘불법 과잉광고’로 인한 매출 손실은 만 39세 이하가 –27%로, ‘직원 빼가기’로 인한 손실은 –25.5%, ‘타 치과의 진료시간 연장’으로 인한 손실은 –23.1%로 집계되는 등 40대 이상 보다 크게 손실을 느낀다고 나타났다.

직업에 대한 가치를 묻는 질문에 만 39세 이하 젊은 치과의사들은 40대 이상 보다 ‘자율성’과 돈을 많이 벌어 즐기며 사는 게 좋다는 ‘생활양식’, ‘명성’을 중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대로 50대 이상의 경우는 ‘학문추구’와 ‘봉사’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동헌 교수는 “인터뷰 과정에서 치과 개원의 세대 간의 입장차이를 보였는데, 39세 이하 젊은 치과의사들은 치과의사의 사회적 인식과는 달리 안정적이지 않은 직업이라는 것이고, 40대 이상 치과의사들은 젊은 치과의사가 혼자서 365일 진료하고 수가를 40%로 저렴하게 하는 게 이해가 안간다는 것이었다”면서 “70년대 학번인 1회 졸업생들이 아직도 개원 중인 이들이 많은 등 누적된 치과의사들이 많은데 반해, 저출생‧저성장으로 인해 신규 개원을 하기엔 입지가 좁은 등 경쟁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어 한 교수는 “우리나라만 선진국 중 유일하게 졸업 후 바로 개원할 수 있는데, 다른 나라처럼 개원가에 나오는 속도를 늦추기 위해 연수의 제도를 의무화 하면 좋겠다”면서 “치대생 선발과 졸업도 성적순으로 하는 게 아니라, 교육과정에서 치과의사의 윤리적 자세를 가르치고 육사처럼 비일관성을 평가하는 적성검사와 동료평가 등을 통해 걸러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한 교수는 “설문조사에서 국민은 우리나라 치과의료에 만족도가 높은 반면, 믿을 수 있는 치과에 대한 의심이 있다”면서 “치협 차원에서 과거에 했던 ‘우리동네 좋은 치과’ 캠페인이라던가, 국민들이 치과 정보를 좀 알 수 있는, 협회의 의도가 관철되는 알고리즘 개발 등도 필요해 보인다”고 제안했다.

의료 민영화 공격 대비…자율징계권 확보 노력

이어진 패널토의에서 치협 정휘석 법제이사는 저수가를 덤핑치과가 생겨나는 원인으로 꼽으면서 “인도네시아의 경우 스탭 임금 평균이 150만원이고 임플란트 수가도 150만원인데, 그렇게 따지만 우리나라 임플란트 가격은 최저 180만원은 돼야 하는데 국민인식과는 차이가 크다”며 “그럼에도 환자 유인을 위한 덤핑치과가 존재하는 이유는 의료 공공성 보다는 상업화와 상관이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8년 유디로 대표되는 MSO치과가 문제가 되던 시절만 해도, 주체가 치과의사인 경우가 많았으나 이제는 자본가들이 지배적인 지위를 이용해 치과의사에게 투자하는 형태로 병원 수익을 배분받는 기업형태가 됐다”면서 “그러다보니 저수가로 환자를 유인해 오면 수익은 안나도 매출이 오르면 시장지배력이 생기고 언젠가는 이익을 낼거라는 경영마인드를 경계해야 한다. 배민과 같은 플랫폼 기업들이 시장지배 기업이 되자 마자 배달비를 올렸듯이 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이사는 “치과의사 일부도 그러한 의료 민영화에 편승하려는 사람이 있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도록 치협이 노력하고, 국민들에게도 저수가보다는 적정수가, 고효율 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며 “치협에서 전국 치과의사 실태조사를 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하고, 자율징계권 확보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윤리위 회부 등 기존 제도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치협 송종운 치무이사도 “치과의사에 대한 신뢰도는 높지만 덤핑치과가 그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며 “자율징계권 확보가 관건이고, 지속적인 홍보와 계도 활동 하나하나가 회원에겐 신뢰로 쌓이고, 불법 광고 업자들에겐 경각심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광역시치과의사회 배금휴 부회장은 “치과의사 윤리선언 원내 부착, 대국민과 치과산업 관련자를 대상으로 한 홍보 등을 하면서 치과의사들이 본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치과계 내 자정 노력을 해야한다”며 “장기적으로는 불법면허 대여, 불법 의료기관 개설 등을 근절하기 위한 건보공단 특사경 도입 등 제도 개선을 위한 협력 등 투트랙으로 노력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진료 다각화‧신규 치의와 소통 필요

플로어 질의에서 경기도치과의사회 최유성 전 회장은 “10%되는 저수가 치과를 독버섯이라고 칭하는 데 대부분 만 39세 이하 젊은 치과의사들이 대부분이라 얼마나 힘들면 저럴까하는 생각이 들었따”며 “세대 간 차이도 있고 공론장에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후배 세대의 의견이 반영이 안되는 게 치협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치협 마경화 상근 부회장은 임플란트 중심의 치료 보다 진료컨셉과 급여 진료의 확대 등 다각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치과계 파이를 늘려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임플란트 급여 확대는 진로확대 등과 같이 다양한 방안 중 하나여야 한다”면서 “덤핑 문제에 크게 영향을 받는 건 임플란트 수가가 2025년도 기준 145만원으로 의과에서도 거의 없는 금액이고, 일부에서는 임플란트 진료에 집중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마 부회장은 “정부는 ‘관리급여’란 이름으로 비급여를 관리하겠다고 나오고, 최근 발표된 비급여 진료비에서도 치과 임플란트가 1등”이라며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의과에 집중하고 있지만 5년 안에는 치과에도 비슷한 제재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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