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계를 넘어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덤핑치과’의 민낯이 공개됐다. 동일한 환자임에도 치과 별로 처방된 임플란트 갯수가 3~10개로 천차만별이었고, 진료 동의를 얻기 위한 비윤리적인 행태도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행태가 결국에는 사회 전체의 피해로 귀결되는 만큼 교육, 징계, 제도 개선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치협 치과의료정책연구원(이하 정책연)과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사회구강건강연구실(책임 연구자 한동헌)이 주관한 ‘덤핑(저수가 과잉진료) 치과의 정의, 실태, 대안 마련에 관한 공청회’가 지난 10일 치협회관에서 개최됐다. 특히 이날 현장에서는 모의 환자가 덤핑 치과를 방문해 진료 상담을 받은 실험 조사 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모의 환자는 모두 동일인으로 발치와가 있어 임플란트가 필요한 상태였다. 이들이 서울 강남 일대에서 임플란트 진료비 할인 등 불법 의료광고를 일삼는 치과 10여 곳을 방문해 증상과 주호소를 설명한 후 진료 상담을 받는 방식으로 조사가 진행됐다.
조사 결과, 치과마다 환자에게 처방한 임플란트 개수가 최소 3개에서 최대 10개로 편차가 컸다. 진료비 총액도 최소 440만 원에서 최대 763만 원으로 다양했고, 골이식, 상악동 거상술, 치경부 레진 수복 등 부가 치료를 제안키도 했다.
또 해당 치과들은 임플란트 진료비를 35~69만 원으로 책정하고, 상담 시 이벤트 할인 가격임을 고려해 당일 치료를 확정할 것을 강요하는 행태를 보였다. 특히 일정 금액의 계약금과 선결제를 유도하는가 하면 수면마취 서비스를 무료로 해준다는 등 치료 동의를 위한 과도한 유인 행위를 펼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덤핑치과의 비윤리적 진료 행태는 일선 개원가 원장의 직접적인 피해 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해당 연구에서 치과의사 회원 206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들은 타 치과의 ‘낮은 임플란트 가격’과 ‘불법·과대광고’가 평균적으로 각각 -34.3%, -26.1%의 매출 손실을 가져왔다고 보고했다. 특히 만 39세 이하인 젊은 원장일수록 더 큰 피해를 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또 이 같은 덤핑치과의 원흉으로 절반가량의 응답자가 ‘기업형 사무장 치과’를 지목, 최우선 징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또 징계 수준에 대해서는 70%가 넘는 응답자가 면허정지, 면허취소 등 강력 대응을 주문했다. 근본 해결책으로는 수가 개선을 최상단에 올렸으며, 치대 정원 조정, 모니터링 및 기준 마련, 자율징계권 확보 등도 제시했다.
한동헌 교수는 “덤핑 치과는 단순히 가격 경쟁의 문제가 아니라 치과의사 과잉 공급, 상업 경쟁 심화, 세대 갈등 등 복합적 요인이 얽혀있다”며 “이에 치과대학 정원 감축, 진로 다각화 등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고, 정기적인 치과의사 실태조사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 치과계 제도 개선 시급
이의석 정책연 부원장을 좌장으로 정휘석 법제이사, 송종운 치무이사, 배금휴 인천지부 법제부회장이 참석한 패널 토론에서는 덤핑 치과 문제의 근본 원인과 개선 방안이 논의됐다. 특히 패널들은 덤핑 치과가 질 낮은 재료 사용과 과잉 진료로 인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고 있음을 지적했다.
배금휴 부회장은 덤핑 치과에 대해 “저수가 광고로 환자를 유인하고 과잉 진료를 하는 치과”라고 정의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또 정휘석 법제이사는 “자본 유입으로 형성된 네트워크 의료기관과 MSO(병원경영지원회사)가 과잉 진료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했고, 송종운 치무이사는 “불법 의료광고와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환자 유치 전략”을 꼬집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패널들은 ▲불법 광고 단속 및 처벌 강화 ▲소비자 대상 교육 ▲의료기관 윤리적 책임 강화 ▲온라인 플랫폼 관리 등을 제안했다. 아울러 치과계의 구조적 개선을 위해 진단검사와 치과 촉탁의 제도 활성화, 치과의사 진로 다각화, 자율징계권 확보 등이 제시됐다.
박영채 정책연구원장은 “덤핑 치과 문제는 단순히 개별 치과의 문제를 넘어 치과계 전체의 신뢰와 지속 가능성에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라며 "이번 공청회로 보다 의미있고 실효성 있는 연구 결과가 도출되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향후에도 정책연은 치과계 다양한 문제 해결책을 제시하고 의료 정책 방향의 발전을 이끌어 나갈 초석을 다지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