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화내고 물건 잃어버리는 아이, 설마 ADHD?

2025-01-14

경희대한방병원, 인삼-ADHD 치료 효과 규명

# 중학생 A군은 매번 학교 준비물을 놓치기 일쑤다. 휴대폰 알람을 설정해둬도 마찬가지다. A군의 어머니는 아들의 이런 덤벙거림에 학교생활이 어려워질까 매번 준비물부터 과제까지 챙겨왔다. 자꾸 깜빡하는 버릇에 선생님에게 자꾸 혼이 나자 억울하고 우울하기도 하다. 병원을 찾은 A군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았다.

스마트폰 발달로 영상 노출이 일상화하면서 집중력 부족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빠른 화면 전환에 익숙해지며 참을성이나 집중력을 기르는 힘이 부족해진 영향이다. ADHD 진단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증가하면서 관리와 치료가 중요해지고 있다.

13일 세계일보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받은 ‘연도별 ADHD 환자수 추이’를 보면, 2021년 5월 4만6463명에서 지난해 5월 12만2671명 3년 만에 3배 가까이 뛰었다.

방송을 통해 ADHD가 알려지면서 진료 인원이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큰 규모다.

ADHD는 집중력이 부족해 산만하고 충동성을 보이는 장애다. 주로 아동기에 나타나는데 증상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청소년기와 성인이 돼서도 증상이 지속할 수 있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뇌 영상촬영에서 정상인과 비교해 활동과 주의집중을 조절하는 부위의 뇌 활성이 떨어지는 소견이 관찰된다.

ADHD는 사회성과 연관되기 때문에 학교생활에 다양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성적 하락은 물론, 따돌림 등 교우관계가 원만하지 않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조기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최근 경희대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조성훈, 김윤나 교수와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융합의과학교실 조익현 교수 연구팀은 인삼이 ADHD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김윤나 교수는 10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임상연구에서 인삼 복용 후 ADHD 평가 척도 점수, 연속수행검사 등 각종 신경심리 검사상의 지표가 개선됐고 ADHD 증상 중 특히 부주의 증상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뇌파 검사에서도 개선 효과를 보였다. 김 교수는 “ADHD 환자의 경우 뇌파를 찍으면 ‘자는 뇌’인 세타파가 주를 이룬다. 그런데 인삼을 복용하면 ‘집중하는 뇌’인 베타파 비중이 높아졌다”고 했다.

동물실험에서도 효과가 입증됐다. 대개 ADHD 환자는 우울감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인삼 안의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면서 우울증과 ADHD 개선에도 효과를 보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ADHD는 인삼을 활용한 약물 치료와 함께, 인지행동과 사회기술 훈련 치료를 함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ADHD가 악화하는 건 미디어 노출 등 집중을 할 수 없는 환경적인 원인도 크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요즘엔 미디어 노출로 순간의 자극에 익숙해지면서 참을성이나 집중력을 기르기 힘든 환경”이라며 “약이 집중력을 높여주긴 하지만 결국에는 집중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인지행동으로 훈련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해 여름부터 2주에 한 번씩 병원을 찾은 A군도 약물치료와 인지행동 치료를 병행한 결과, 성적이 향상되는 등 집중력이 개선되는 효과를 보였다.

연구팀의 논문 제목은 ‘진세노사이드와 인삼이 ADHD에 미치는 영향: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으로 통합보완의학 분야 1위 저널인 고려인삼학회지 2024년 9월호에 게재됐다.

이진우 기자 realsto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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