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콘텐츠의 비즈니스적 속성과 상징자본

2025-12-01

글로벌 미디어 시장에서 2020년대 전후로 가장 떠들썩했던 담론 중 하나는 '스트리밍 전쟁'이었다. 스트리밍 전쟁이라는 메타포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폭발적인 성장이 전체 미디어 시장의 규모 확대를 견인해 낼 것이라는 낭만적인 전망을 내포하고 있었다. 기대와 달리 OTT의 등장은 유의미한 시장 규모 확대로 이어지지 못했다. 디즈니라는 제국조차 도중에 투자를 줄이겠다고 밝혔을 만큼 OTT는 막대한 규모의 출혈을 전제로 한 비즈니스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OTT가 보여준 것은 OTT의 한계가 아니다. 미디어 산업이 가진 제약을 OTT가 다시 확인시켜 준 것뿐이다. 콘텐츠는 많은 투자가 필요한데 성공 확률은 불확실하다. 성공이 담보된 공식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미디어에, 콘텐츠에 열광하는가? 미디어는 수많은 대중에게 현실을 재현해서 전달하는 유일한 수단이며, 콘텐츠는 트렌드를 주도하는 가장 강력한 독립변수다. 콘텐츠 자체로는 많은 돈을 벌기 힘들지 몰라도 지식재산(IP)을 활용하면 다양한 관점과 방식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아직 한 달여가 남아 있지만 2025년 가장 풍성한 얘깃거리를 만들어 낸 콘텐츠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될 것이다. 케데헌은 콘텐츠가 가진 힘을 직접적인 측면(이용률)과 간접적인 측면(음반 판매, 방한 관광객 등)에서 폭발적으로 확인시켜 줬다.

필자는 케데헌을 포괄적인 한류의 범주로 포함시켜야 하며, 대한민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콘텐츠라고 지적한 바 있다. 케데헌이 확인시켜 준 것은 대한민국이 다양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레퍼런스라는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대한민국이라는 레퍼런스를 가지고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서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다. 성공한 한국의 콘텐츠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고 산업의 내적 빈곤에 대한 우려가 높았던 2025년에도 글로벌한 주목을 이끌어낸 K콘텐츠들이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줬다. 하지만 '어떻게'의 측면에서 성공한 사례를 찾기는 어렵다.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콘텐츠의 비즈니스적 확장성 강화와 소프트파워로 불리는 상징자본이다. 콘텐츠는 그 자체로는 많은 수익을 내기 어렵다. 콘텐츠 제작비의 상승은 콘텐츠를 통한 직접적 성과 창출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대단위 투자가 필요한 텐트폴 콘텐츠 제작에 있어 '어떻게'를 고민하는 것은 필수가 되어 가고 있다. IP가 중요한 이유다.

이성민은 '모든 것이 콘텐츠다'에서 콘텐츠 IP를 법적 권리, 브랜드, 스핀오프와 같은 파이프라인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복합체라고 얘기한다. 대한민국에서 제작된 콘텐츠가 IP를 확보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차원의 얘기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IP 확보를 통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더 중요하다.

대한민국에서 콘텐츠는 다른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전 세계 MZ 세대가 가장 여행하고 싶은 도시로 꼽는 곳이 서울이다. 이는 미디어, 콘텐츠, 대중음악과 같은 문화의 영향력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다른 지면에서도 여러 번 강조해 왔던 것처럼 수출의존도가 높은 대한민국에서 K콘텐츠가 가진 상징자본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의 진화 등으로 다른 측면에서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2020년대 초반 디지털 대전환으로 촉발된 변화의 가파른 속도는 조정의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내수시장에서의 양적 성장이 어려운 국면 속에서 콘텐츠 산업이 질적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콘텐츠가 가진 비즈니스적 속성을 활용해 다각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또, 대한민국이 가진 특성을 고려해서 콘텐츠 산업을 양적인 성과 지표로만 바라보지 않고 콘텐츠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상징자본이 가진 영향력을 고려한 정책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소장 nch02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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