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온갖 호재 다 나왔는데 대체 왜 급락하나

2025-11-30

“비트코인은 △제도권 안착, 그리고 △정치적 후원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원하던 모든 것을 손에 넣은 바로 그 순간부터 침몰하기 시작했다”.

비트코인이 지난 10월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가, 불과 두 달 사이에 35%까지 급락했다. 시장에서는 비트코인 발(發) 충격이 기술주를 포함한 전체 금융 시장으로 번지는 ‘시스템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비트코인의 이번 하락장은 과거와 양상이 다르다고 한다. 규제 당국의 탄압이나 악재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호재의 소멸’이 원인으로 지목된다는 것. 이코노미스트는 “소득을 창출하지 못하는 투기 자산은 끊임없는 ‘장밋빛 전망’을 먹고 산다”면서 “비트코인은 현재 추가 상승을 정당화할 새로운 명분이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내년 1월 3일이면 비트코인의 익명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가 이 가상화폐를 세상에 처음 공개한 지 17년이 된다. 가장 인기 있는 이 가상화폐는, 전 세계 대부분의 술집에서 술을 주문할 수 있을 만큼 ‘성인’ 대접을 받기엔 아직 어리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밝혔다. 하지만, 그 어떤 자산보다 빠르게 글로벌 금융 질서 속에 자리 잡은 것이 사실이다.

가상화폐 산업은 과거, 주류 금융권의 조롱 대상이자 규제 당국의 노골적인 적대감의 표적이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여기에서 벗어났다. 이제는 폭넓게 수용되고 심지어 장려되는 대상으로 변모했다.

가상화폐에 대해 은행과 자산 운용사들은 자체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입법부로부터 규제 확실성을 확보했다. 미국의 최신 규제 당국자들은 가상화폐 애호가들로 채워졌다. 지난 10월,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무려 2조 5000억 달러(약 3659조 5000억 원)로 정점을 찍었다.

이상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이러한 승리들이 이제는 오히려 가상화폐에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가격이 폭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비트코인은 10월 초 사상 최고가인 약 12만 6000 달러(약 1억 8426만 2400 원)에서 지난 21일에는 8만 2000달러(약 1억2021만 2000원)까지 34.9%나 떨어졌다.

추가적인 가격 상승을 정당화할 새로운 ‘상승 명분(bullish narrative)’의 부재는 비트코인에 큰 도전이다. 이는 소득을 창출하지 않고 오로지 미래의 자본 이득에 대한 희망에만 의존하는 투기적 자산의 특성. 게다가 제도권 수용 확대로 인해 가상화폐가 다른 시장들과 깊게 연결되면서, 이번 하락장의 파급 효과는 업계를 넘어 훨씬 광범위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비트코인 같은 자산의 미래 가격을 자신 있게 예측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많은 투자자(그리고 금융 기자들)가 이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나 최근 비트코인 랠리에는 명확한 패턴이 있다. 모든 짜릿한 상승은 ‘더 큰 수용’에 대한 낙관적 기대에 묶여 있었다는 것.

2020년과 2021년에는 정부의 봉쇄 정책과 재정 확대가 주류 브로커들의 가상화폐 거래 서비스 제공 증가와 맞물렸다. 2023년 말부터는 가상화폐 상장지수펀드(ETF)가 곧 출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실제로 2024년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첫 ETF 신청을 승인했다. 그해 11월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승리는 비트코인에 또 한 번의 큰 활력을 불어넣었다.

오늘날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을 손에 넣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전 세계 지역 대부분에서 중개업체들은 스마트폰만 있다면 누구에게나, 다양한 가상화폐 자산에 대한 접근을 제공한다. 물론 일부 대형 투자자들은 거리를 두고 있다. 이번 달 가상화폐 애호가들은, 체코 중앙은행이 비트코인과 기타 가상화폐 100만 달러(약 14억 6140만 원)어치를 매입했다는 소식에 환호했다.

하지만 이 매입 규모는 해당 은행의 준비금 1710억 달러(약 249조 8652억 원)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그리고 대부분의 중앙은행은 여전히 디지털 자산을 자신들의 방어적 비축 자산에 포함하는 것을 배제하고 있다. 그들이 마음을 바꿀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거래량이 더 늘어날 여지는 제한적으로 보인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망했다.

승리의 또 다른 대가는 가상화폐 폭락의 고통이 과거보다 더 광범위하게 느껴질 것이라는 점이다. 최근 급락세에 가장 많이 노출된 투자자들은, 마치 호황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행동했던 이들이다. 여기에는 마이클 세일러(Michael Saylor)의 ‘스트래티지(Strategy)’가 포함된다. 이 소프트웨어 회사는 이제 비트코인에 대한 기이한 레버리지 베팅 업체가 됐다.

이 회사는 빚을 내 약 600억 달러(약 87조 6780억 원)어치의 비트코인을 축적했다. 이 회사의 시가총액이 2년 만에 처음으로 보유한 비트코인 가치보다 낮아지자, 비트코인의 ‘떨이 판매(firesale)’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말했다.

더 큰 위험은, 가상화폐 시장의 비참한 투자 심리가 다른 시장으로 확산되는 것이다. 2020년 이후 비트코인은 과거보다 변동성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기술주와의 상관관계는 훨씬 더 높아졌다. 비트코인의 소유 구조가 골수 신봉자들을 넘어 확대됨에 따라, 자산 클래스 간의 파급 효과는 더욱 흔해졌다.

전염은 양방향으로 일어날 수 있다. 고평가된 기술주에 대한 비관론이 비트코인을 약화시킬 수도 있고, 변덕스러운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주식 시장에서 이탈할 수도 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100 지수는 최근 며칠간 6% 가까이 하락했다. 이는 매도세치고는 아직 완만한 수준이다. 하지만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비트코인은 투자 편의성 증대부터 규제 확실성 확보에 이르기까지, 추가급등을 위한 명백한 촉매제들을 거의 다 소진한 듯 하다. 하지만 단 하나의 뉴스가 다시 비상을 도울 수도 있다.

애호가들은 지난 3월 트럼프가 설립한 ‘전략적 비트코인 준비금(Strategic Bitcoin Reserve)’에서, 기대보다 적은 성과를 얻었다. 이후, 이 준비금은 주로 법 집행 과정에서 압수된 비트코인을 보관하는 수단으로만 남아있다.

친비트코인 성향의 영향력 있는 공화당 상원의원 신시아 루미스를 포함한 일부 입법자들은 공개 시장에서의 비트코인 추가 매입을 지지해 왔다. 가격이 계속 하락한다면, 지지자들은 이를 매수 기회라고 부를 듯 하다. 행정부와 가까운 가상화폐 애호가들(상당수는 손실을 보고 있을 것이다)도 이에 동의할 가능성이 크다.

비트코인을 정부가 개입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하지만, 가상화폐와 정치의 세계에서는 그 어떤 놀라운 일도 배제할 수 없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진단했다.

권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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