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일기] 고백

2025-01-23

육아를 100%전담해서 하는 것은 아니지만 꽤 높은 비율로 함께 육아를 하는 입장에서 정말 육아는 모든 일 중에 제일 어렵고 힘든 일인 듯하다. 업종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일들은 바쁜 시기가 있으면 쉬는 시간이 짧게라도 있다. 학교나 학원의 수업에서도 공부하는 시간이 지나면 쉬는 시간을 주지 않는가. 육아는 그런 면에서는 정말 비효율적인 노동이다. 매번 기대하는 목표와는 다르게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올 때마다 실망과 좌절을 느낀다. 바닥이 깨진 항아리에 넣는 물처럼 끝을 알 수 없는 저 너머 어딘가 모를 공간에 나의 모든 시간과 노력을 아낌없이 부어도 차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럴 때면 농담으로 아내와 했던 얘기가 머리에 계속 남는다.

“우리가 만약에 둘이서만 산다면 어땠을까?”

“하고 싶은 거 하면서 큰 걱정 없이 살아가고 있겠지?”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

“늦은 밤 맛있는 맥주 집에 가서 시원한 맥주 한잔에 바삭한 통닭 한 마리를 뜯으며 오늘 하루에 대해 얘기할 수 있었을 것이고, 너무 일이 많은 날에는 그냥 홀연히 여행을 떠나 잠시 머리를 식히는 날을 보냈을 것이고, 누구나 가고 싶은 예쁜 카페에 가서 맛있는 커피와 디저트를 먹으며 예쁜 사진을 찍고 자랑하며 보냈을 것이고, 각자 하고 싶은 취미를 당연하게 즐기며 여러 사람들과 관계 맺으며 놀았을 것이고, 아플 때도 내가 다 나을 때까지 따뜻한 보살핌을 받으며 지냈을 것이고…”

“…”

그렇다. 아내와 나처럼 성인 2명이 평생을 살아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말이 통하지 않는 갓난아이 때부터 말이 통하지만 통하지 않을 성인이 될 때까지 부모의 책임을 다한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나는 여전히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허덕인다. 좌충우돌하며 넘어지고 깨지고 쓰러진다. 아이들을 볼 때면 좋은 날이 많긴 하지만 마음이 쓰리고 아픈 날도 많다. 행복할 때도 있지만 힘들 때도 많다. 기쁠 때도 있지만 슬플 때도 많다.

욕심이 많아서일까? 나도 아직 어려서일까? 아니면 그냥 나라서일까? 여전히 풀리지도 않고 앞으로도 해답이 없을 질문들을 해대면서 지낸다. 가정을 이루고 육아를 결심할 때까지만 해도 사실 이 정도의 무게감이 존재하는지는 몰랐다.

“그런데 지금 아이들이 없었으면 내가 어떻게 자라왔는지 몰랐을 것이고, 그것에 대한 감사함도 못 느꼈을 것이고, 나와는 다른 사람과 어떻게 소통하며 지내와야 하는지 몰랐을 것이고, 나만 잘났다고 자랑하며 우쭐대면서 지냈을 것이고, 나와는 다른 사람을 이해 해보려고 노력도 안 해봤을 것이고, 관계의 깊음도 잘 몰랐을 것 같아. 무엇보다 우리 부부 서로를 더 이해하고 보듬어주지 못했을지도 몰라.”

그렇다. 다만 육아를 경험함으로써 아내라는 나와는 다른 존재에 대해 더 고민하고 더 깊어지는 것은 현재 내가 깨달아가고 있는 놀라운 사실이다. 나와는 다른 사람을 한없이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서로를 용납해주고 보듬어주고 서로의 지쳐가는 영혼을 달래주는 것을 경험한다는 것은 단순히 결혼만 해서는 느끼기 힘든 일인 듯하다.

그러므로 육아는 힘듦과 기쁨이 공존하는 현실의 전쟁터이며, 배움터인 듯하다. 그곳에서 나는 오늘도 전투병이며, 배움을 청하는 학생으로 살아간다. 모든 엄빠들에게 응원을 보내며, 건투를 빈다.

류민수 펜을 든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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