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현행법은 수소 경제에 큰 장벽...국제 표준 변화 꾸준히 주의 기울여야”

2025-12-11

이달 초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월드 하이드로젠 엑스포 2025(WHE 2025)’ 현장에서 티유브이슈드 코리아에서(TÜV SÜD 코리아) 수소 사업을 총괄하는 허문범 팀장을 만났다. 글로벌 수소 산업이 선언 위주의 초기 단계를 지나 실제 인프라 구축과 기술 상용화로 넘어가는 지금, 국제 인증기관이 현장에서 마주하는 과제는 무엇인지, 한국 기업들은 어떤 기준을 따라야 하는지 짚어보기 위해서다.

한국은 올해부터 ‘청정수소 인증제’를 본격 시행하고, 수소 충전소·전해조·저장·운송 등 전 주기 산업에 대한 규제 정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국제 기준과 국내 규정의 차이,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가로막는 인증 절차, 그리고 여전히 존재하는 안전성 우려 등 해결 과제는 적지 않다. 티유브이슈드는 이러한 경계선에서 국내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과 글로벌 적합성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1866년 설립된 티유브이슈드는 전 세계 1000개 지사, 2만 5000여 명의 전문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기술 규격 준수와 안전성을 확인하는 글로벌 시험·검사·인증기관이다. 한국 법인도 제조업·수소·배터리·반도체·플랜트 등 다양한 산업에서 국제 기준 기반의 독립적 평가와 기술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허 팀장은 그중 그린에너지·탄소발자국 분야(GES)를 총괄하며 풍력·태양광·수소·GHG 분야의 컨설팅·검증·인증 업무와 연구기관 결과물의 제3자 검증을 담당하고 있다.

아래는 허문범 팀장과 나눈 문답이다.

Q. 먼저 티유브이슈드가 어떤 기관인지, 그리고 팀장님이 맡고 계신 업무를 소개해달라.

티유브이슈드(TÜV SÜD)는 독일 뮌헨에 본사를 둔 글로벌 시험·인증·검사·컨설팅 기관이다. 150년 넘게 산업·에너지·모빌리티 분야의 기술 규격 준수와 안전성을 평가해왔다. 한국 법인 역시 제조업, 수소, 배터리, 반도체, 전력·플랜트 등에서 국제 표준 기반의 시험·인증과 기술자문을 제공한다.

내가 맡고 있는 GES(Green Energy Sustainability) 팀은 풍력·태양광·수소·온실가스 전반을 다룬다. 컨설팅, 인증, 검사 업무뿐 아니라 국가 연구기관 기술 결과물에 대한 제3자 검증도 수행한다. 풍력 분야에서 경력을 시작해 재생에너지 전반의 이해를 바탕으로 현재는 수소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Q. 탄소중립 추진과 함께 수소 관련 국제 표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의 흐름은 어떤가?

전 세계적으로 수소 생산·저장·운송·충전·활용 전 단계에서 규격이 정비되는 추세다. 특히 안전성, 품질관리, 시험·검사 절차에 대한 국제 기준이 강화되고 있다. 한국가스안전공사(KGS)도 최근 수소 관련 규정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의 ‘청정수소 인증제’ 역시 국제 기준과 정합성을 맞추는 흐름이다. 수소 1kg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평가해 등급을 부여하는 방식은 저탄소·무탄소 수소를 요구하는 글로벌 기준과 방향이 같다. 티유브이슈드도 이를 지원하기 위해 전과정평가(LCA) 기반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ISO 19880, 22734 등 국제 표준 기반 자발적 인증 분야에서도 우리는 글로벌 리더로 활동 중이다.

Q. 수소 밸류체인의 각 단계에서 필요한 인증·검증은 무엇인가?

자동차 분야는 UN Regulation 134에 의거한 E-mark 인증이 필수다. 수소 생산(전해조·개질기)은 ISO 22734 성능시험, 효율·전기소비량 평가, 압력용기 안전 검사, 공정 HAZOP/LOPA, ISO 16110 성능시험, 수소 품질 시험이 요구된다.

운송·저장(LH₂·CH₂, 튜브트레일러) 단계에서는 ISO 11119, 9809 등 압력용기 인증, 파열·충격 시험, 피로시험 등이 필요하다.

충전소는 ISO 19880-1 기반 설계·시공 적합성 평가, 계량 정확도 검증, 방폭·누설·긴급차단 등 안전 점검이 필수다.

국내 설치 시설은 KGS 코드 준수가 기본이며, 해외 진출은 각국 규정을 충족해야 한다. 우리는 양쪽의 기준을 모두 비교하고 필요한 절차를 안내하는 중간자 역할을 하고 있다.

Q. 수소 산업에서 인증 과정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수소는 고압·가연성·저온 등 특성상 위험 요소를 갖지만, 기준을 충족하면 충분히 안전하다. 기존 연료는 긴 운용 역사 덕분에 규정과 경험이 축적됐지만, 수소는 실생활과 가까운 활용이 비교적 최근에 본격화됐기 때문에 초기 설계부터 운영까지 안전성을 검증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또 많은 시민들이 ‘수소는 위험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데, 이를 해소하는 데도 제3자 검증·인증이 큰 역할을 한다.

Q. TÜV SÜD의 인증 솔루션이 가진 강점은 무엇인가?

우리는 150년 이상 산업 현장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소 생산–저장–운송–충전–활용 전 주기에 대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가별 규제(KGS, EU PED, ASME 등)와 국제표준을 모두 비교 검토하는 Cross-compliance 평가는 글로벌 전문가 네트워크가 있어 가능한 서비스다.

그린수소 인증에서도 강점이 있다. 유럽 그린수소 인증 스킴인 CertifHy 개발에 참여했고, CMS70·CMS77 등 수소·암모니아의 청정성을 평가하는 기준도 개발했다. 한국의 청정수소 인증제가 이 국제 기준을 참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험적 기반이 크다. 그래서 종종 “TÜV SÜD가 그린수소 인증제도의 할아버지”라고 농담하곤 한다.

Q. 글로벌 수소 시장의 현황은 어떠하며, 한국의 위치는 어디쯤인가?

최근 1~2년 동안 글로벌 수소 시장의 성장 속도가 조정되고 있다. 초기 넷제로 선언기에 발표된 대규모 프로젝트들이 실제 투자·인프라 구축 단계에서 비용·기술·규제 문제에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한국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속도가 느려졌을 뿐 방향이 바뀐 것은 아니다. 산업·모빌리티·발전 등 탈탄소가 어려운 분야에서는 수소가 가장 필요한 에너지원이다. 지금은 선언 중심 시장에서 실행 중심 시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한국은 현대차를 중심으로 연료전지·수소전기차 분야에서 확실한 글로벌 리더다. 스택 기술, 시스템 통합, 양산 경험을 모두 갖춘 기업은 세계적으로 드물다. 이 기반을 통해 차량뿐 아니라 저장·공급·발전 등 밸류체인 확장 가능성이 크다.

Q. 한국이 수소경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국제 기준과 국내 규제(KGS)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업계에서도 “규제”가 가장 큰 장애물로 꼽히고, 그다음이 “경제성”이지만, 규제가 합리적으로 정비되면 경제성 문제도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행정 규제는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1~2년이 아니라 3~4년 이상 후행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처럼 법에 명시된 것만 허용하고, 명시되지 않은 것은 금지하는 방식은 신기술 개발에 큰 장벽이 된다.

앞으로는 금지된 항목만 명확히 규정하고, 그 외의 기술은 제3자의 안전성 평가를 통해 허용하는 방식으로 규제 체계가 바뀌어야 한다. 샌드박스 제도도 있지만 중소기업에는 시간·비용 부담이 크다.

티유브이슈드는 해외 규정과 현장 실행 방식 등을 남들보다 빨리 접할 수 있다. 이를 국내에 소개함으로써 한국의 수소경제 기반을 더 빠르게 구축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Q. 최근 글로벌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기업들이 특히 주목해야 할 동향은 무엇인가?

CBAM은 지연되고 있지만 반드시 대비해야 한다. 항공·해운·자동차 등 연료 사용으로 발생하는 CO₂에 대한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공급망 전체에 탄소 감축을 요구하고 있으며(RE100, 공급망 강제 감축 등) 이는 민간 규범이 공공 규제를 앞서가는 대표적 사례다.

수소차와 연료전지 국제 표준도 아직 완전하지 않아 자주 업데이트된다. 지금 규정을 알고 있다고 안심할 수 없으며, 표준 변화에 꾸준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헬로티 이동재 기자 |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