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 스틸러스 박태하 감독이 기성용(36) 영입 과정에서 감독이 아닌 축구 선배로서 신중한 결정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박태하 감독은 29일 FC서울과의 경기를 앞두고 진행된 사전 기자회견에서 기성용 영입 배경에 대해 “에이전트와 통화 중에 우연히 기성용 선수가 팀에서 나오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저희 팀이 3선에서 굉언히 고민이 많았는데, 기성용 선수라는 그런 선수가 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바로 영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재정적으로는 올여름 영입 계획이 없었지만, 기성용이라는 특별한 선수이기에 구단에 즉시 타진했고 일사천리로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박태하 감독은 기성용이 FC서울에서 원클럽맨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지 못하게 된 상황에 대해 축구 선배로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성용이가 그런 결정을 할 때는 굉장히 많은 생각을 했겠다”며 “저도 포항에서 비슷한 상황에서 은퇴를 했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박 감독은 “대리인을 통해서 기성용 선수가 오게 되면 정말 환영한다고 했지만, 동시에 FC서울에서 받은 사랑과 이런 부분들이 아깝지 않냐는 이야기까지 전달했다”며 “마지막까지 신중하게 생각하라고 했다. 감독이 아니라 축구 선배로서 이야기했다”고 강조했다.

포항 원클럽맨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박태하 감독으로서는 기성용의 상황이 남다르게 다가왔을 것으로 보인다.
영입 결정 과정에서는 기존 선수들의 의견도 수렴했다. 박 감독은 “신광훈 선수에게 제 의사도 중요하지만, 팀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 선수들의 의사도 타진했다”며 “선수단 분위기를 전달받고 바로 추진했다”고 밝혔다.
기성용의 전력 보강 효과에 대해서는 “기성용 선수보다 2살 많은 신광훈 선수와 동년배인 김민선 선수가 나이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정말 잘해주고 있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확신을 갖고 기성용 선수에게 이야기했고, 영입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영향이 됐다”고 설명했다.
기성용의 포항 이적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면서도 “기성용 선수가 팀에 와서 도움이 되고, 팬들에게 운동장에서 더 많은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한편 기성용은 이날 서울과의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다. 이적 절차와 메디컬 테스트가 7월로 미뤄졌기 때문이다. FC서울 서포터즈 ‘수호신’은 구단과의 소통이 이뤄질 때까지 응원 보이콧을 선언한 상태여서, 이날 경기는 평소와 다른 분위기에서 치러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