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성 에세이] 턱교정수술 세미나를 다녀와서

2024-10-31

10월 26일 토요일, 30년도 더 오래전의 일이 떠올랐던 주말의 오후였다. 올소치과에서 개최한 턱교정수술에 관한 세미나 강의를 듣고 나서다.

치과를 개원하고 살아온 지도 벌써 22년이 훌쩍 지나갔다. 초창기에는 인레이 환자가 많았고 근관치료와 보철치료, 임플란트, 치주치료 등 결국에는 치아와 그 기반인 치조골 내의 시야가 어쩌면 전부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즈음 환자들에게 자주 하는 이야기 중 하나는 “잇몸 질환은 완전하게 치유되지 않아요. 평생 밥을 먹고 사는 동안에는 양치질 잘 하시고 전신적으로도 건강해야 하고 정기적으로 치과에 방문하는 방법밖에 없어요”라는 말이다. 이것이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보다는 그렇게 오래도록 인연을 맺은 환자들과 함께 나이가 들어감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올소치과 턱교정수술 세미나에서 두 분 원장님들의 준비된 강의를 들으면서 오래전의 만감이 교차했다. 92년부터 4년간의 구강외과 전공의 시절, 턱교정수술과 관련된 공부와 분석을 포함한 수술준비과정, 교정과와 협진하면서 환자들을 입원시키고 진료했던 일을 포함해서 참 많은 장면이 불현듯 소환된 것 같았다.

어느 날 교수님께서 악성종양 환자의 보호자인 자녀분들에게 수술 예후를 설명하는 자리였다. 지금은 그럴 수 없지만 교수님께서는 상담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계셨다. 환자의 수술 예후를 설명하시면서 교수님의 환자에 대한 깊은 고심이 담배 연기에 전달되는 것처럼 보였다. CT 사진을 들고 옆에 서 있던 전공의로서, 집도 교수님의 진심이 보호자에게 전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기억이다.

그리고 당시 월요일 오전에 있었던, 그 주에 예정인 수술환자의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있었던 일이다. 저널과 텍스트에 나오는 수술방법을 수술계획서로 준비하면서 집도하시는 교수님께 졸랐던(?) 상황에 교수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떠올랐다. “최선생! 수술 계획시 환자를 자신의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네”라는 말씀이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아있다. 아마도 젊은 혈기에 다소 과격한(?) 수술방법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 이후 교수님의 그 말씀이 환자를 진료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턱교정수술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반적인 치과개원가에서 다루지 않는 치조골 하방의 기저골을 다룬다는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 치과의 영역은 구강과 악안면 부위에 발생하는 감염, 손상, 기형 및 종양 등의 치료를 위한 구강악안면외과 영역을 포함하고 있다. 턱교정수술은 안면부의 기저골에 대한 변화로서 환자에게 새로운 기쁨과 위안과 기능을 선물하는 그러한 영역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한편 수술 자체의 위험성과 수술 술기의 어려움은 물론 턱교정수술을 전문으로 진료하시는 원장들에게는 또 다른 문제들이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술 분야 필요성의 홍보가 여러 매체에 의해서도 전파되겠지만 아마도 큰 흐름은 동료 치과의사들의 관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사람들이 치과의사들에게 턱교정수술에 대해 문의했을 경우, 그들 답변의 뉘앙스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적인 동료 치과의사들이 접근하기 힘든 큰 수술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아마도 그 원장님들의 보람이기도 하고, 그러한 자체 세미나를 8회째 개최하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즉 교정이나 보철로 변화하기 힘든 범위를 해낼 수 있다는 그러한 자부심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왜냐하면 필자 자신도 구강외과 전공의 시절, 그리고 그 이후 치과의사의 삶속에서 그러한 자신감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는 단지 술식의 차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외상 환자를 입원 치료하거나, 종양 환자의 수술 후 중환자실에서의 경험, 심각한 농양 환자가 입원치료 중에 전신적 상태가 악화되는 상황을 내과나 신경과 선생님들과 협진했던 과정과 같은 경험들이 녹아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구강악안면외과를 전공했던 사람들만의 자부심이 아니고 대한민국의 모든 치과의사가 ‘자부심’을 가지고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비록 경제적으로 예전보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지출을 줄이면서 행복을 느끼면 좋을 것 같다. 당신은 졸업한 시기가 제법 되어서 좋은 시절을 보냈으니 그렇게 말한다고 하면 딱히 할 말이 없지만, 그럼에도 그러한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치과의사 동료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번 올소치과 턱교정 세미나를 기획하고, 3D와 디지털의 최신 분석을 강의하고 환자들의 만족과 행복한 삶을 위하여 노력하시는 권민수 황종민 원장님의 자부심과 건승을 기원하는 바이다. 아울러 턱교정수술을 주진료 분야로 하시는 많은 원장님들께서 지켜주시는 치과 영역 최전선에서의 노고에도 박수를 보내며 2024년과 같이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함께 견뎌내고 있는 동료 선후배 치과의사들의 자부심과 행복한 삶을 기원하고 싶다.[글·최유성 경기도치과의사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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