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7월 중에 마련하기로
소비자 모르게 기만적 설계 ‘다크패턴’
2025년초 ‘숨은 갱신’ 등 6개 유형 제재 추가
법 시행에 발맞춰 자율 시정 노력 유도
금지·의무 사항 구체화 내용 담을 예정
일각 “피해 계속 느는데 자율로는 부족
사업자 제재·소비자 보상 더 강화해야”
다음 달 말에 가족과 일본으로 여름휴가를 떠날 생각인 A씨는 최근 한 숙박 플랫폼에서 객실을 예약했다 취소했다. 휴가 일정이 유동적이란 점을 고려해 며칠 뒤에 결제되는 ‘후지불 옵션’을 선택했는데, 추가 요금이 부과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이 숙박 애플리케이션(앱)에서는 후지불 옵션 선택 시 ‘부담 없이 예약하세요’라고 돼 있었지만 알고 보니 후지불 옵션은 ‘지금 결제’보다 수수료 등이 더 붙는 구조로 설계돼 있었다. A씨는 “지금 결제하나 나중에 결제하나 요금이 같은 줄 알았는데, 후지불 예약이 더 비싼 상품이었다”며 “약관을 세심하게 살펴보지 않은 사람들은 비싼 요금을 지불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 눈속임 상술(다크패턴)과 관련한 사업자단체의 자율적인 준수 사항을 담은 자율규약을 7월 중 마련하기로 했다. 올해 초부터 6가지 다크패턴 유형을 새롭게 제재 대상으로 포함하는 내용의 전자상거래법이 시행됐는데, 법 시행과 발맞춰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사업자의 자율시정 노력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27일 ‘2025년 정부혁신 실행계획’에 따르면 공정위는 사업자단체와 세부내용 협의를 거쳐 이르면 7월 다크패턴 관련 자율규약(안)을 심사·승인할 계획이다.
다크패턴이란 소비자가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행동하도록 설계된 각종 속임수를 말한다. 인터넷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의 디자인 자체가 기만적으로 설계돼 있기 때문에 소비자 본인이 알지 못하는 사이 원하지 않는 선택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정기결제 대금이 증액되거나 무료 서비스가 유료 전환됐는데도 이를 알리지 않거나(숨은갱신), 광고인데도 광고가 아닌 다른 콘텐츠인 것처럼 위장해 제공(뒷광고)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다크패턴이다. A씨처럼 처음 제시된 가격과 달리 추가 지출이 붙는 사례도 편취형 상술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공정위는 2023년 4월 다크패턴 금지 종합대책을 발표한 이후 지난해 2월 사각지대에 있던 6개 유형을 새롭게 제재 대상에 추가, 전자상거래법을 개정했다. 이 법이 올해 2월부터 시행되면서 숨은갱신 외에 첫 페이지에 일부러 가격을 낮게 표시하고 결제가 진행됨에 따라 숨겨진 가격을 차츰 보여주는 ‘순차공개가격책정’, 사업자에게 유리한 옵션을 미리 선택해놓고 소비자가 이를 무심코 지나치도록 유도하는 ‘특정옵션 사전선택’ 등 6개 유형이 제재 대상에 올랐다.

공정위는 새로운 규제가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사업자의 자율적인 준수사항을 담은 규약을 만들기로 했다. 이를 위해 다크패턴 관련 금지·의무 사항을 구체화하고 바람직한 온라인 인터페이스(인터넷 홈페이지, 모바일 앱)를 예시로 제시할 방침이다. 또 시간제한 알림 등 위법행위는 아니지만 다른 기만행위와 결합하는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는 다크패턴 유형에 대해서도 관련 준수사항을 사업자단체에 권고할 계획이다. 아울러 자율기구를 통해 규약의 이행실태를 점검하는 한편 개선실적 등의 공표도 유도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다크패턴 관련 소비자 피해가 나날이 커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자율규약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2년 기준 숨은갱신에 노출된 경험이 있는 소비자는 64.2%였는데, 이 중 92.6%가 실제 피해를 경험했다. 그럼에도 6가지 유형에 대한 과태료는 1차 적발 시 100만원, 2차와 3차는 각각 200만원, 500만원에 그친다.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인 박소영 변호사는 “다크패턴 적발 시 영업정지를 할 수 있긴 하지만 과태료가 500만원 이하여서 그 부분의 개선도 필요하다”며 “소비자들이 신고를 좀 더 편하게 하고 소액의 피해도 보상받을 수 있도록 보상 체계를 좀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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