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격지 개발, 유지보수 요율 상향, 개발비 현실화 등 공공 소프트웨어(SW) 분야엔 해묵은 과제가 많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해결과제를 꼽으라면 SW 기업 대부분이 '과업변경'을 꼽을 것이다. 말 그대로 예정에 없던 과업변경(추가)으로 인해 사업자 부담이 커지는 경우를 의미한다.
SW사업은 설계도와 시방서 대로 사업을 추진하는 건축과 태생적으로 다르다.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처음 계획(ISP, 정보전략계획)에 없던 변수가 수도 없이 발생한다. 업무 종류나 환경에 따라 정보시스템 기능과 성능을 조정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현업에서는 프로젝트 막바지까지 추가 기능 개발, 변경을 끊임없이 요구한다.
발주처가 과업을 추가로 요구하더라도 사업자는 이를 거부하기 어렵다. '갑과 을'이라는 관계 때문이다. 인력을 추가 투입하고 사업 기간을 늘려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경우라도 추가 비용을 받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공공 SW사업은 처음 정해진 예산을 바꾸지 않는 확정형 계약방식으로 추진되는 게 일반적이다. SW진흥법은 과업변경 시 과업심의위원회를 통해 계약변경을 논의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심의위가 유명무실한데다 강제성도 없어 추가 비용을 받기가 힘들다.
공식적인 사업계획 변경이나 이에 따른 추가 예산 요청이 공무원에겐 불가능한 일이라는 점도 문제다. 귀책사유가 돼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과업이 변경되면 사업자만 일방적으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업자는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저급 인력을 투입하고 SW 품질은 저하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사업 종료 후 발주처는 지체상금을, 사업자는 추가 과업에 대한 비용을 요구하는 소송도 벌어진다. 소위 '첨단' 기술을 도입하는 프로젝트와는 거리가 먼, 상식적이지 못한 일이다.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다. 모두가 문제점을 알고 있고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문제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를 통해 '공공 SW사업 과업심의위원회 제도 개선 연구' 용역을 추진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해법은 간단하다. 과업변경 시 계약을 변경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공무원은 추가 예산을 요청하더라도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면 된다.
이해민 의원이 대표발의할 '공공SW 적정대가 현실화 법안(국가계약법 일부개정안)'에 기대가 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개정안은 국가계약법 제19조 '물가 변동 등에 따른 계약 금액 조정' 내용 중 공무원이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는 예시에 'SW진흥법에 다른 과업변경'을 추가하도록 했다.
개정법이 시행되면 담당 공무원은 과업이 추가될 경우 계약변경과 추가 예산을 정식 요청할 수 있다. 사업자는 수익성을 확보하고 SW 품질 저하를 막아 공공 서비스 품질도 개선될 수 있다. 한마디로 '상식 있는' 공공 SW 사업 환경이 마련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개정안은 반드시 국회를 통과해 이른 시일 안에 시행돼야 한다. SW 산업계 모두의 염원이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호천 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