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사도 특사도 없는 4강 외교, 이래서 협상이 되겠나

2025-07-30

美·中·日·러 대사, 초유의 동시 공백

국익 지킬 최전선에 지휘관 없는 꼴

특사는 ‘포상’ 아냐… 역할 유념하길

한국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미국·중국·일본·러시아, 이른바 ‘한반도 주변 4강’ 대사의 공백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이재명정부 출범 직후 윤석열 전 대통령 시절 임명된 4강 대사들에게 귀국령이 내려졌으나, 정작 그 후임으로 누굴 임명할 것인지는 감감무소식이다. 유일한 동맹인 미국에 상주하고 있어야 할 한국 대사 직위가 공석인 가운데 주한 미국 대사 자리 역시 6개월 넘게 비어 있으니 이래서야 관세 협상을 비롯한 한·미 간 현안 해결이 제대로 되겠는가. 대통령실과 외교부는 미국을 비롯한 4강 대사 인선에 속도를 내야 한다.

우리가 흔히 대사라고 부르는 직책의 정식 명칭은 ‘특명전권대사’다. 한국을 대표해 외국에 파견되는 외교관들 중에서 가장 지위가 높을뿐더러 우리 대통령의 특명을 받아 주재국과의 외교 교섭에서 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 대사가 없는 경우 공사 등 그 아래 직급의 외교관이 ‘대리 대사’를 맡는 것이 보통이다. 문제는 대리 대사의 경우 특명도, 전권도 없다는 이유로 주재국에서 무시당하기 일쑤라는 점이다. 주재국의 고위급 인사 등 실세와 만나봐야 뭔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텐데 대리 대사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선 후 유럽연합(EU) 등 총 14개국에 특사단을 보낸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따른 조기 대선으로 인수위원회 없이 정부가 출범한 만큼 특사 파견을 통해 외교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어제까지 10개국 특사단이 출국했거나 이미 임무를 마치고 돌아왔지만, 정작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4강은 특사 외교가 가동되지 않고 있다. 미국 특사단은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을 단장으로 인적 구성이 완료됐으나 출국 일정은 불투명하다. 중국·일본·러시아는 특사단으로 누가 갈 것인지조차 정하지 못했다.

4강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 특사단의 경우 명단만 봐선 대체 뭘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단장과 단원 가운데 외교 전문가는 거의 없고 대부분 이 대통령 대선 후보 캠프 출신 인사나 여당 유력 정치인 등 이른바 ‘공신’으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이러니 대선 승리에 기여한 이들을 위한 ‘포상 휴가’일 뿐이란 냉소가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 지금 세계는 국익 챙기기를 위한 통상 전쟁이 한창이고 그 중심에 외교관들이 있다. 대통령실은 우선 4강 대사 인선부터 서두르고, 이왕 특사 외교도 활용하겠다면 제대로 된 특사단부터 구성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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