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을 1온스 사들인 뒤 영원히 보유하더라도, 마지막 순간에도 금은 여전히 1온스입니다.” 투자자 워런 버핏이 2012년 주주 서한에 이렇게 썼다. 이외에도 버핏은 자신이 금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를 여러 차례 밝혔다.
투자 여부를 가르는 버핏의 첫째 기준은 ‘생산적 자산인가’이다. 소유자에게 주식은 배당을 주고 아파트는 임대료를 주며 농지는 식량을 생산하지만, 금 자체는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금이 하는 일이라곤 당신을 바라보는 것뿐이다.”
금도 마다 하는 버핏이니 하물며 가상화폐를 안중에 둘 리가 없다. 그는 가상화폐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분명히 해왔다. 2022년 주총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견해에 변화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기본적으로 가치 있는 자산이 되려면 그 자산에서 산출물이 나와야 한다”며 “이런 자산은 증식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앞서 2018년 주총에서는 비트코인을 “쥐약”이라고 비유하며 가상화폐 전반에 대해 “끝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랬던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가상화폐라는 쥐약을 한 모금 마셨다”고 최근 포천이 전했다. 이 매체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남미 가상화폐 연계 은행 누홀딩스(사진)에 투자를 확대했다고 보도했다. 2021년 5억 달러로 시작해 이후 2억5000만 달러를 추가했고, 지분은 2022년 말 0.1%에서 지난해 3분기 말 0.4%로 늘었다. 이를 두고 이 매체는 “가상화폐에 대한 버핏의 견해가 누그러졌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누홀딩스는 가상화폐 플랫폼 ‘누뱅크크립토’에서 여러 가상화폐의 송금과 수신을 지원한다. 여기서 수수료 수입을 올린다. 누홀딩스 주가는 최근 1년새 43% 올랐다. 버핏은 가상화폐 자체가 아니라, ‘생산적인’ 관련 사업에 투자한 것이다. 그가 올해 주주 서한이나 주총에서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하다.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