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4) 짝 잃을 짝꿍에게

2025-09-10

짝 잃을 짝꿍에게

모상철(1932∼ )

수발에 진이 빠져 힘겹게 넘는 고개

뒷날에 홀로되면 다리 뻗고 쉬리란다

그늘 풀 쓰라린 속내 열매 곱게 맺어라

뿌리 다른 나무에 싹이 튼 암수송이

손잡아 꽃 피운 날 어둠 넘어 이어갈 길

강 건너 갈라진 뒤엔들 끊길 리야 있을까

나 먼저 떠날 테니 마음껏 즐겨 살다

명줄이 다한 연에 돌아볼 미련 없이

지아비 뿌려진 재에다 보태 덮고 오시게

-한국현대시조대사전

노인만이 쓸 수 있는 시

요즘 시단에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제2의 인생을 시로 시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분들은 삶의 풍부한 경험을 재산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시들을 쓰고 있다. 나는 그것을 ‘노년문학시대’ 시대라고 부른다. 모상철 시인도 73세 때인 2005년에 『시조생활』로 등단해 활발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이 작품은 노인만이 쓸 수 있는 세계를 다루고 있다. 부디 아내가 나보다 오래 살아 여생을 자유롭게 즐겨주기를 바라는 애틋한 부부애를 보여준다. 이런 세계를 젊은이나 인공지능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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