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일주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차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으로 지명된 스티븐 미런이 현재 약 2% 수준인 관세율을 20%까지 높이는 방안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무역 상대국이 미국을 향해 보복관세를 부과할 경우 안보를 지렛대 활용하라는 제안도 함께 내놨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런은 지난해 11월 투자사 허드슨 베이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수석 전략가로 활동하던 시기 한 보고서를 통해 “관세와 달러 강세 정책의 변화가 지난 수십 년 동안 어떤 정책보다 광범위한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이 같이 주장했다. 보고서에서 그는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아르노 코스티노와 UC버클리의 안드레스 로드리게스 클레르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미국의 최적관세율이 20%라고 주장했다. 최적관세율은 관세 부과를 통해 국가의 총 후생을 최대 수준으로 이끄는 관세율을 뜻한다. 미런은 “현재 2%에 가까운 낮은 수준에서 실효 관세를 인상하면 미국의 총 후생이 실제로 증가한다”면서 “관세가 50%를 초과하지 않는 한 관세가 완전 개방 무역에 비해 후생 증진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대국이 보복 관세에 나설 경우 미국의 군사 지원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라고 언급했다. 그는 보고서에서 “국가 안보와 무역 정책을 명시적으로 통합하면 보복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면서 “보복 관세를 시행하는 국가들에 공동 방위 의무와 미국의 안보 우산에서 멀어질 것이라고 선언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나토 등 동맹국도 보복 관세를 시행하면 미국이 군사 방어에 나서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아울러 의도적으로 달러화 평가 절하를 유도하는 이른바 ‘마라러고 합의’도 제안했다. 1985년 뉴욕 플라자 호텔에서 미 달러화를 절하한 ‘플라자 합의’에서 착안한 전략이다. 아울러 재무부 채권 구매자에게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 또한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의 제안에 맹점이 많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앞서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중국을 향해 관세를 크게 끌어 올렸다. 하지만 당시 이 같은 관세의 대부분은 미국 수입업체가 부담했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결국 경제학 이론에서 설명하는 최적 관세가 현실에서는 다소 어긋난다는 것이다.
아울러 미국이 제공하는 안보를 협상의 도구로 활용하라는 제안 역시 위협적이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멕시코, 베트남, 중국 등 미국이 대규모 무역적자를 기록하는 국가들과는 동맹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WSJ은 “미런의 견해는 트럼프에게 조언을 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자체로도 연구할 가치가 있다”면서 “하지만 그의 제안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며 그도 자신의 제안이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