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수의 시선] 실패한 협력수비, 뚫려버린 2대2 수비 … 현대모비스가 승부처를 놓쳤던 이유

2025-04-24

울산 현대모비스가 중요할 때 아킬레스건을 노출했다.

농구는 공격수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스포츠다. 그리고 득점을 많이 하는 선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는다. 주득점원이 높은 연봉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코칭스태프는 ‘수비’를 강조한다. “수비가 되면, 공격은 자동적으로 풀린다”고 하는 사령탑이 많다. 그래서 코칭스태프는 수비에 집중하고, 기회를 얻고자 하는 백업 자원들도 ‘수비’부터 생각한다.

기자 또한 ‘공격’에 집중했다. ‘누가 어시스트했고, 누가 득점했다’가 기사의 90% 이상을 차지했다(사실 100%에 가깝다). 그래서 관점을 살짝 바꿔봤다. 핵심 수비수의 행동을 기사에 담아봤다. 기사의 카테고리를 ‘수비수의 시선’으로 선택한 이유다.

# INTRO

울산 현대모비스는 2021~2022시즌부터 경쟁력 있는 승부처 옵션을 마련하지 못했다. 그런 이유로, 숀 롱(206cm, F)에게 러브 콜을 보냈다. 러브 콜을 받은 숀 롱은 3년 만에 돌아왔다.

그러나 숀 롱은 기대만큼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다. 심판 판정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또, 본인이 점수를 따내지 못할 때, 백 코트를 안 하기도 했다. 팀원들에게 에너지를 실어주지 못했다.

무엇보다 숀 롱은 흔들릴 때 궂은일을 하지 않았다. 팀원들이 열정적으로 수비할 때, 숀 롱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로 인해, 현대모비스의 수비 로테이션이 꼬였고, 현대모비스는 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줬다. 그리고 실점할 때, 숀 롱의 의지는 더욱 떨어졌다. 악순환이 이뤄졌다.

물론, 숀 롱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정관장 림 근처를 파괴했다. 그러나 숀 롱이 마음 먹은 대로 경기하지 못할 경우, 숀 롱은 골밑 수비와 박스 아웃을 등한시했다. 수비 활동량이 거의 전무했다.

하지만 숀 롱은 4강 플레이오프까지 그렇게 하면 안 된다. 하기 싫어도, 버티는 수비를 해줘야 한다. 상대의 돌파를 커버하기도 해야 한다. LG의 공수 조직력은 정관장보다 훨씬 탄탄하고, 아셈 마레이(202cm, C)라는 빅맨은 상대 수비를 균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 Part.1 : 미소 짓는 숀 롱

숀 롱은 2024~2025시즌 대부분을 벤치에서 시작했다. 이번 경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프림이 초반 분위기를 잘 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림은 이번 1차전 또한 좋은 분위기를 형성했다. 마레이의 힘을 온몸으로 막았다. 파울성 동작(버티는 수비를 할 때, 팔로 미는 동작)을 하기는 했지만, 마레이와 마레이의 파생 옵션을 모두 제어했다.

수비를 한 프림은 빠르게 달렸다. 공격 진영에서도 신바람을 냈다. 프림이 달리고 득점하자, 현대모비스는 치고 나갔다. 1쿼터 종료 4분 11초 전 14-5로 치고 나갔다. 팀이 앞서자, 숀 롱은 미소를 지었다. 버논 맥클린 코치와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프림만 마레이를 막지 않았다. 교체 투입된 함지훈(198cm, F)도 마레이를 막았다. 1쿼터 종료 49.5초 전에는 팀 파울을 활용하기도 했다. 마레이의 신경을 최대한 거슬리게 했다. 마레이를 억제시킨 현대모비스는 22-11로 마쳤다.

# Part.2 : 숀 롱의 수비 전략 - 내버려두기?

숀 롱이 2쿼터 시작하자마자 코트로 나섰다. 코트로 나선 숀 롱은 곧바로 마레이를 막지 않았다. 빅맨 파트너인 함지훈이 숀 롱 대신 마레이를 맡았다. 숀 롱은 칼 타마요(202cm, F)와 매치업됐다. 동시에, 도움수비 혹은 블록슛을 기다렸다.

그러나 함지훈이 2쿼터 시작 55초 만에 두 번째 파울을 범했다. 파울 트러블을 의식해야 했다. 그래서 숀 롱이 타마요만 바라보기 어려웠다. 마레이와 정면 승부를 해야 했다.

숀 롱의 높이는 강렬했다. 그렇지만 숀 롱은 마레이만큼 부지런하지 않았다. 특히, 속공하는 마레이를 전혀 제어하지 않았다. 현대모비스는 마레이의 속공 득점을 막지 못했다. 2쿼터 시작 2분 50초에 26-16으로 앞섰음에도, LG보다 먼저 타임 아웃을 요청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지훈이 2쿼터 시작 3분 15초 만에 3번째 파울을 범했다. 장재석(202cm, C)이 대신 나서기는 했지만, 숀 롱도 수비 집중력을 끌어올려야 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마레이의 공격 리바운드나 마레이의 파생 옵션을 막아야 했다.

현대모비스는 정돈된 수비를 잘했다. 그렇지만 LG의 속공을 막지 못했다. 숀 롱도 LG의 스피드를 따라가지 못했다. 그 사이, 현대모비스는 28-23으로 쫓겼다. 더 이상 안심할 수 없었다.

숀 롱은 LG의 돌파를 그냥 두고 봤다. 마레이와 힘싸움 또한 제대로 하지 못했다. 3점으로 대응하기는 했지만, 숀 롱의 수비 기여도는 확실히 낮았다. 현대모비스의 아킬레스건 또한 노출됐다.

물론, 숀 롱은 LG의 레이업을 블록슛했다. 더 이상 추격 점수를 내주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모비스와 LG의 간격은 꽤 줄어들었다. 32-27. 1쿼터 우위를 잃어버렸다.

# Part.3 : 결국은 1대1 수비

숀 롱은 코트에서 물러났다. 프림이 3쿼터에 돌아왔다. 그러나 프림은 마레이의 수비에 말려버렸다. 게다가 3쿼터 시작 2분 21초 만에 3번째 파울. 조동현 현대모비스 감독은 숀 롱을 재투입해야 했다.

하지만 현대모비스는 이렇다 할 수비 한 번 하지 못했다. 턴오버 이후 속공 3점을 맞았다. 3쿼터 시작 3분 7초 만에 34-37로 역전당했다. 경기 시작 후 처음으로 주도권을 내줬다. 조동현 현대모비스 감독은 후반전 첫 번째 타임 아웃을 급하게 요청했다.

숀 롱과 이대헌(196cm, F)이 마레이를 함께 막았다. 그러나 나머지 3명이 비어있는 박정현(202cm, C)을 아무도 보지 않았다. 현대모비스 수비가 박정현에게 쉽게 실점한 이유. 수비망을 구축하지 못한 현대모비스는 36-43으로 밀렸다. 분위기가 너무 확 가라앉았다.

다만, 마레이와 3쿼터 종료 4분 30초 전 3번째 파울을 범했다. 그래서 마레이는 벤치로 물러났다. 현대모비스는 이를 장점으로 바꿔야 했다.

이대헌(196cm, F)과 숀 롱이 먼로와 박정현을 교대로 막았다. 현대모비스는 도움수비를 하지 않아도 됐다. 그래서 현대모비스는 쓸데없는 곳에 수비 활동량을 쓰지 않았다. 로테이션 수비 역시 하지 않았기에, 박스 아웃을 쉽게 해낼 수 있었다. 이는 LG의 공격 상승세를 막은 요인이었다. 상승세를 저지한 현대모비스는 49-48로 재역전했다.

# Part.4 : 아킬레스건

프림이 4쿼터에 다시 나왔다. 프림은 마레이의 돌파나 세컨드 찬스 포인트를 막지 못했다. 오히려 경기 종료 5분 37초 전 4번째 파울을 범했다. 게다가 해당 파울을 할 때, 프림의 왼쪽 팔이 타마요에게 향했다. 심판진은 비디오를 봤다. 언스포츠맨라이크 파울을 보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언스포츠맨라이크 파울은 아니었다. 그러나 프림을 포함한 현대모비스 선수들은 마레이의 볼 없는 움직임과 골밑 침투를 막지 못했다. 마레이에게 오른손 덩크를 허용했다. 현대모비스의 기운이 확 가라앉았다.

현대모비스는 그래서 마레이를 더 바라봤다. 역설적이었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마레이의 볼 없는 움직임을 견제해야 했기 때문.

하지만 LG의 얼리 오펜스에 매치업을 정확하게 잡지 못했다. 한호빈(180cm, G)이 왼쪽 코너에서 타마요를 막아야 했다. 프림의 시선이 타마요에게 향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인지한 마레이가 오른쪽 덩크 스팟에 위치했다. 프림과 한호빈이 이도 저도 못할 때, 타마요가 마레이에게 패스했다. 현대모비스는 또 한 번 실점했다. 경기 종료 4분 41초 전 53-58로 밀렸다.

현대모비스는 가장 중요한 순간에 아킬레스건을 또 한 번 노출했다. 2대2 수비였다. 양준석의 영리한 드리블과 마레이의 빠른 골밑 침투를 제어하지 못했다. 수비 위치 한 번 제대로 못잡은 채 허무하게 실점했다. 현대모비스 또한 경기 종료 2분 24초 전 56-63으로 밀렸다. 조동현 현대모비스 감독은 마지막 타임 아웃을 요청했다.

하지만 현대모비스는 결정적일 때 약점을 또 한 번 노출했다. 오른쪽 윙에서 이뤄진 LG의 2대2를 전혀 막지 못했다. 2대2에 가담했던 수비수 모두 마레이의 스핀 무브를 제어하지 못했다. 그래서 현대모비스 선수들은 마레이의 덩크를 지켜봐야 했다. 61-66. 패색이 짙어졌다. 그리고 64-67로 1차전을 내줬다.

# Part.5 : Feedback

현대모비스의 수비는 분명 나쁘지 않았다. 조동현 현대모비스 감독도 1차전 종료 후 “첫 경기치고 실점을 적게 했다. 특히, 1쿼터에 11점 밖에 내주지 않았다”며 선수들의 수비를 고무적으로 여겼다.

그렇지만 “4쿼터 후반에 협력수비를 해내지 못했다. 밸런스를 맞추지 못했고, 타이밍 또한 늦었다. 특히, 마레이의 빠지는 동작을 커버하지 못했다. 빅맨이 헷지 수비(스크리너 수비수가 볼 핸들러를 견제하는 동작)를 하는 타이밍 역시 늦었다”며 승부처 수비를 아쉬워했다.

그리고 “힘들어서 (준비했던 수비를) 못했을 수 있다. 체력 문제 외에 다른 변수도 있었을 거다. 어쨌든 1차전을 다시 한 번 돌려보겠다. 또, 선수들을 잘 추스르겠다”며 2차전 전략을 간단히 언급했다.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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