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머드급’ 이재명 싱크탱크엔…핵심 65명 중 여성 ‘5명뿐’

2025-04-2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는 지난 16일 정책 전문가 집단(싱크탱크) ‘성장과 통합’을 공식 출범했다. ‘500명 매머드급 싱크탱크’, ‘예비 내각’, ‘섀도 캐비닛’이라는 수식이 뒤따랐다.

동시에 이 중 여성 전문가가 극소수에 그친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 후보 쪽이 공개한 주요 전문가 명단의 주요 보직자 중 여성은 65명 중 5명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계적 반반’은 커녕 10%에도 못 미친다.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여성 과소 대표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선 정치권이 가장 기본적인 성비 균형부터 인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성장과 통합’ 쪽 자료를 보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34개 분과 공동위원장과 부위원장 65명 중 여성은 5명(7.6%)에 그친다. 부위원장 이상 중 여성은 ▲김양희 통상분과위원장 (대구대 금융경제학부 교수) ▲김진아 외교분과 부위원장 (한국외대 LD학부 교수) ▲조기숙 문화예술분과 공동위원장 (이화여대 무용과 명예교수) ▲김한나 교육분과 공동부위원장 (총신대 교직과 교수) ▲유사원 K콘텐츠분과 부위원장 (케이아츠크리에이티브 대표) 등이다.

이 중 김양희 교수와 김진아 교수는 ‘성장과 통합’ 공동대표 5인에 포함됐다. 현 시점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의 정책을 만드는 주요 전문가 중 여성이 10명 중 1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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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500명이라는 전체 전문가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전체 명단에서도 여성의 비율은 높지 않다고 알려졌다. ‘성장과 통합’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많은 인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형으로 열어뒀기 때문에 (전체 규모는) 580여명”이라며 그중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비판과 실망을 표하는 의견이 이어졌다. 경쟁 정당인 진보당도 ‘남성으로만 가득 채운 이재명 싱크탱크, 광장과 시대의 요구 담을 수 있겠나’란 논평을 내놨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성장과 통합’ 관계자는 “(성비) 부분은 인정한다. 그런 비판도 달게 받겠다”면서도 “내각도 아니고 연구 집단인데 기계적 형평성으로 성비를 구성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그 분야 정책 전문가를 모은 것이지 성별을 의식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추후에는 그런 부분을 감안해 보완할 생각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성비 불균형은 ‘성장과 통합’과 같은 한 싱크탱크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전 대선에서 꾸려졌던 선거 캠프를 보면 역시 남성 쏠림이 나타났다. 2022년 4월 언론 보도에 따르면 같은 해 3월 치러진 대선에서는 민주당 선대위원장급 인사 85%(13명 중 11명)가 남성이었다. 국민의힘은 선대위 내 본부장급 인사 9명 중 7명(78%)이 남성이었다. 정의당과 진보당은 캠프 고위직 중 남성 비율이 각각 69%·72%였다.

‘내각 미리보기’로 꼽히는 선거 캠프와 후보 자문 집단의 이러한 남성 편향은 이어 출범하는 정부의 고위직 구성까지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경향신문이 2022년 8월 당시 출범 100일을 맞았던 윤석열 정부 핵심 고위공직자(대통령실과 정부 부처 등 45개 기관 190명)의 성비를 조사한 결과 92.6%는 남성이었다. 여성은 190명 중 14명으로 7.4%에 그쳤다.

경향신문 역대 조사를 기준으로 여성 고위공직자 비율은 노무현 정부 2주년(2005년) 2.7% → 이명박 정부 출범 1주년(2009년) 1.9% → 박근혜 정부 반환점(2015년) 3.2% → 문재인 정부 100일(2017년) 7.5%였다. 장관급 인사 중 여성 비율은 이보다 높았으나 아직 성 균형이 실현된 적은 없다. ‘여성 장관 30%’ 공약을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는 2기 내각(2019년)에서 국가보훈처를 포함해 19개 부처 중 6개 부처(31.6%)를 여성 장관에게 맡겼지만, 개각을 거치며 다시 여성 비율이 10%대로 내려갔다. 윤석열 정부의 첫 내각에서는 18개 중앙부처 장관 중 여성이 3명(16.7%)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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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정치 분야와 고위 공직에서 여성이 과소 대표되는 건 한국 정치의 유구한 오점이다. 해외에 잘 알려진 불명예이기도 하다. 탄핵으로 쫓겨난 윤석열 전 대통령은 갓 취임한 2022년 5월21일 한·미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 워싱턴포스트 기자로부터 “내각에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한국은 선진국 중 여성의 고위직 진출이 적은 편”이란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은 고개를 저으며 침묵했다.

특히 이번 계엄 및 대선 국면에선 응원봉을 들고 나간 여성들의 힘과 요구가 확인된 만큼, 야당 후보의 성평등 정책에 대한 기대가 높을 수밖에 없다. 성평등 정책에 있어서 ‘윤석열 정부와는 다르다’는 점을 야당이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수현 경상대 교수는 “(성비 균형은) 기본 중의 기본인데 인선에서 이를 고려하지 못했다는 것, 이런 비판을 예상치 못했다는 것이 정치의 후진성”이라며 “여성들이 왜 광장에 나왔는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이어 “우리 사회에 여성, 장애인, 노동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있으니 이들을 어떻게 균형적으로 배치할 것인가를 고려하고, 최소한이라도 대표할 수 있게끔 구성하는 것이 (정치의) 기본이다. 이런 것조차도 못 한다면 윤석열 정부와 차별성이 없다”고 짚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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