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6위 제조업 강국인 우리나라가 제조 인공지능(AI)의 본격 실행을 위해 지난달 ‘M(Maunfacturing).AX얼라이언스’를 출범시켰다. ‘제조+AI 전환’을 국가 전략으로 선언한 것이다. M.AX얼라이언스는 AI 팩토리, AI 제조 서비스, AI 유통·물류, 자율주행차, 휴머노이드, 자율운항 선박, AI 가전, AI 방산, AI 바이오, AI 반도체 등 10개 분야로 구성됐다. 이 중 반도체 국산화를 겨냥해 발족한 AI 반도체 얼라이언스의 중요성이 남다르다.
온디바이스 AI 반도체는 스마트폰과 자동차·가전·로봇 경쟁력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각기 다른 하드웨어에서 작동될 온디바이스 AI 반도체는 칩 가격도 비싸지만 제품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칩이 필수다. 스마트폰은 발열, 자동차는 안정성, 사물인터넷(IoT)은 초저전력 등 요구 조건이 다르다. 시스템 수요 기업 입장에서는 가장 성능 좋은 칩을 구매해 경쟁력 높은 제품을 빠르게 만들어 시장에 선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자체 칩 솔루션은 기획과 칩 채택, 사업화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업 전략이 최선일까.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 개발 전략에서 해답을 찾아볼 수 있을 듯하다. 삼성은 외부 솔루션인 퀄컴 칩과 자체 칩인 엑시노스를 동시에 쓰고 있다. 올해는 ‘갤럭시 Z플립7’에 엑시노스 2500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쓰면서 퀄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수익성 개선을 이끌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모바일 AP 구매 비용은 10조 9000억 원에 달했는데 역시 자체 개발 AP가 있어야 제품 원가를 낮출 수 있다. 삼성이 엑시노스 2500을 채택하면서 엑시노스 2600의 성능 개선도 가능했을 것이다.
M.AX얼라이언스도 이 같은 전략을 검토해 국산 칩을 쓰면서 산업 자립을 도모해야 한다. 외부 솔루션 칩과 자체 칩 솔루션 사이의 선택지를 어떻게 조화롭게 활용할지가 중요한데, 시스템 수요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결단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업계 최고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자체 칩은 꼭 확보해야 한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글로벌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경쟁은 이제 막 시작 단계로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향후 5년에 걸쳐 글로벌 경쟁력과 호환성을 갖춘 AI 반도체, AI 모델 및 프레임워크 등을 개발해낼 세계적 기업들을 키워내야 한다. 자율주행차와 휴머노이드 로봇, AI 가전, AI 방산 얼라이언스는 자체 칩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3~5년을 내다볼 수 있는 칩 기획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필수적인 현실 데이터 확보와 칩 실증 공동 진행,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국제 인증·표준 마련 등에서 협력해야 한다.
정부와 산업계가 할 일은 명확하다. M.AX얼라이언스를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온디바이스 AI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협력 생태계를 실질적으로 구축하는 것이다. 계획은 구체적이어야 하고 온 힘을 다해서 실천해야 한다. 중국 정부는 ‘제조 2025’를 10년 전에 제시해 첨단산업을 집중 육성했다. 팹리스는 중국이 한국을 양적·질적 측면에서 모두 앞서고 있다. 국내 팹리스가 단순한 기술 용역 개발을 맡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기업과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형 구조가 절실하다. ‘시스템 수요 기업-팹리스-파운드리’ 연계를 통한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제조업의 혁신 엔진인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개발에 집중하자. 한국 제조업의 재도약을 위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