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완 우리은행장, 취임 후에도 실적 가시밭길 걷는 까닭

2025-10-06

[비즈한국] 우리은행이 시중은행 만년 4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조병규 전 우리은행장은 지난해 “시중은행 중 당기순이익 1위를 달성하겠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4위에 머물렀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이 올해 새롭게 취임했지만 시중은행 3위로 올라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3위 하나은행과의 순이익 격차가 더 커지고 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오랜 기간 시중은행 3위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여왔다. 사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2023년 순이익은 각각 2조 5150억 원, 3조 4874억 원으로 격차가 꽤 컸다. 하지만 우리은행이 지난해 괄목할 실적을 거두면서 격차가 크게 줄었다. 우리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3조 469억 원, 하나은행은 3조 3686억 원이었다.

올해 초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시중은행 순이익 3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공교롭게도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모두 올해 새로운 수장을 맞이했다. 우리은행은 정진완 우리은행 부행장을, 하나은행은 이호성 하나카드 대표를 각각 신임 행장으로 선임했다. 정진완 행장과 이호성 행장은 모두 올해 1월 1일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새롭게 선임된 행장들끼리 시중은행 3위 경쟁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올해 1분기는 이호성 행장의 완승이었다. 우리은행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순이익은 6352억 원이었다. 이는 우리은행의 지난해 1분기 순이익 7920억 원에 비해 19.79% 감소한 수치다. 하나은행의 순이익은 지난해 1분기 8458억 원에서 올해 1분기 9970억 원으로 17.87% 증가했다. 하나은행으로서는 실적 상승과 3위 자리 수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2분기 승자도 이호성 행장이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2분기 순이익은 각각 9167억 원, 1조 966억 원이었다. 우리은행은 1분기에 비하면 선방했지만 여전히 하나은행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건전성 지표도 좋지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올해 6월 말 기준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4.21%다. 경쟁사인 하나은행(16.49%), 신한은행(15.57%), 국민은행(15.35%)보다 낮은 수치다. 심지어 국내 20개 은행 평균인 14.90%보다도 낮다. CET1은 보통주 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금융기관의 손실흡수능력을 보여주는 핵심 자본건전성 지표다.

정진완 행장이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은행은 올해 1분기 희망퇴직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급여성 비용은 지난해 1분기 5365억 원에서 올해 1분기 7162억 원으로 늘었다. 또 정 행장은 실적보다 신뢰 회복에 방점을 두고 있다. 정 행장은 후보자 시절인 지난해 12월 기자들과 만나 “우리은행은 자본력이 약하다 보니 실적 베이스 위주의 평가로 진행된다”며 “(실적보다) 고객 감동을 주는 쪽으로 평가를 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럼에도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격차가 벌어지면 정진완 행장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상반기 격차를 감안하면 우리은행이 올해 순이익 3위를 차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정진완 행장의 임기는 내년 12월 31일까지다. 정 행장으로서는 내년이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해다. 정 행장이 내년에는 이호성 행장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지 금융권 시선이 집중된다.

우리은행의 실적은 우리금융지주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올해 상반기 우리금융지주 순이익에서 우리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90%에 달한다.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지난해 순이익은 각각 3조 1715억 원, 3조 7685억 원이었다. 그러나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각각 1조 5943억 원, 2조 3232억 원으로 격차가 벌어졌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임 회장이 공식적으로 연임을 언급한 적은 없지만 금융권에서는 임 회장의 연임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실적 격차가 벌어지면 임 회장의 연임도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그나마 우리금융지주가 최근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해 올해 하반기부터는 비은행 비중 확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우리은행 입장에서도 동양생명 및 ABL생명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하반기 실적 반등을 노릴 수 있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하반기에는 동양생명, ABL생명을 편입해 종합금융그룹을 완성한 만큼 은행과 비은행 부문의 균형 있는 성장과 본격적인 계열사 간 시너지를 통해 그룹의 수익 기반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하며 동양생명과 ABL생명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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