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글로벌 기후 리더는 누구?

2025-11-28

지정학적 분열로 다자주의가 퇴조하는 현재 상황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다자적 해법은 여전히 유효할까?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얼마 전 폐막했다. COP는 기후변화 분야의 대표적인 다자조약인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당사국들이 매년 모여 협약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이번 COP30에서는 화석연료 퇴출을 위한 로드맵을 만드는 일로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는데, 산유국들의 반대로 결국 결정문에 관련 내용을 담지 못했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를 사기라고 일축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여를 거부하고, 자국의 산업 경쟁력을 이유로 유럽연합(EU)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194개국이 합의를 도출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협력이 건재함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긍정적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기후변화 위기 극복에 강대국의 낡은 리더십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연대와 협력의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기다리고 있기에는 전망이 너무 어둡다.

한편, 화석연료의 시대는 도의적 결단이 아니라 경제적인 이유로 자연스럽게 퇴출당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5년 동안 지난 40년의 전체 누적량인 4TW(테라와트)보다 더 많은 4.6TW의 재생에너지가 추가로 설치될 것이며, 올해 재생에너지는 석탄을 제치고 최대 전력 생산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의 가격이 지난 10년간 획기적으로 낮아지며 경쟁력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중국의 기여가 지대한데, 녹색 전환의 하드웨어 측면에서 중국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리더다. 이번 COP30의 전시장에서도 중국은 기술력과 규모 면에서 화려한 위상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비공개로 진행된 협상의 현장에서 또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과 관련해 중국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중국의 소프트 파워를 기대했던 전문가들은 이 나라가 자국의 이익을 뛰어넘는 세계 기후 리더로서의 역할을 맡을 의사는 거의 없는 것 같다는 회의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기후변화 대응은 에너지전환을 포함한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넘어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 피해 등을 완화하는 적응 활동을 포괄한다. 더불어 배출 책임과 피해의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부정의와 불평등을 시정하고 산업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 충격을 어떻게 해소할지에 대한 국내외적 논의도 포함돼야 한다. 국제협력에 있어 강대국들의 리더십이 요원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리더십을 기대해야 할까.

“모든 새로운 것은 언제나 변방에서 시작된다. 중심부는 기존의 가치를 지키는 보루일 뿐, 새로운 창조의 공간이 아니다.” 돌아가신 신영복 선생의 말을 새겨본다. 기후변화라는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세계로 나가기 위해서는 강대국들의 낡은 리더십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연대와 협력의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기다리고 있기에는 기후 위험과 피해에 대한 전망이 너무나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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