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에 입학한 뒤 처음으로 대회에 출전하며 특별한 경험을 했다. 부산일본국총영사관에서 주최하는 한국 대학생 일본어 디베이트 대회는 일본 체류 경험이 1년 이하인 한국 대학생들이 정해진 주제를 놓고 토론을 펼치는 자리였다. 올해의 주제는 “한국은 적극적 안락사를 합법화해야 한다”라는 심도 깊은 주제였다. 이 주제를 준비하며, 우리는 사회적으로 민감하고 논쟁적인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보는 기회를 가졌다.
대회는 입론-질문-제1 반박-제2 반박 순서로 진행되었고, 각 토론 전마다 찬성과 반대 입장을 번갈아 맡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찬성 측에서는 “안락사는 고통스러운 생명을 연장하는 대신, 환자가 스스로 삶을 존엄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선택권을 존중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특히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 고통을 연장하는 대신 삶을 스스로 마칠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하는 것은 인간적인 접근이라는 논리를 강조했다. 반면, 반대 측에서는 “안락사는 생명에 대한 존엄성을 훼손하며, 경제적 이유나 사회적 압박으로 오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의료 윤리의 원칙과도 상충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완화 의료와 정신적 지원이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역설했다. 이처럼 찬성과 반대 입장을 모두 준비하며 우리는 주제를 다각도로 분석했고, 논리를 강화하는 동시에 상대의 입장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데 큰 도움을 얻었다.
나는 1학년 2학기에 4학년 선배 세 명과 팀을 이뤄 대회에 참가했다. 특히 나는 팀의 입장을 처음으로 제시하는 입론을 맡았다. 입론은 약 1800자의 일본어로 된 원고를 6분 안에 명확히 전달해야 하는 중요한 역할이었다. 평소에도 읽기에 자신이 있었던 나는 연습을 거듭하며 5분 40초 전후로 발표를 마칠 수 있도록 속도와 정확도를 높였다. 다른 선배들도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 주었고, 우리는 밤낮으로 함께 연습하며 팀워크를 다졌다.
비록 준준결승에서 1점 차로 아쉽게 탈락했지만,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는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끼며 대회를 마칠 수 있었다. 특히 이번 대회를 통해 팀워크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았다. 팀 내에서 서로 소통하고, 비난보다는 격려와 칭찬으로 서로를 북돋운 덕분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 우리를 지도해 주신 교수님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교수님의 세심한 첨삭과 조언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1학년으로서 첫 대회에 참가한다는 것은 큰 도전이었다. 처음에는 부족한 실력에 대한 걱정이 앞섰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한 덕분에 준준결승 진출이라는 값진 성과를 얻었다. 이번 대회는 나에게 성장의 발판이 되었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며 소통하는 법을 배우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사회적 이슈를 다각도로 바라보며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는 중요성을 체감했다. 이 경험은 앞으로의 도전에서도 큰 자신감과 배움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이현민 청소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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