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경향신문 신춘문예는 예년에 비해 응모작 주제가 한층 다양해졌으며, 우수한 작품이 많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설 부문에서는 과거 특정 주제가 두드러졌던 경향에서 벗어나 여러 주제가 고르게 나타났다. 시 부문은 자기 고백적이고 슬픔과 우울을 담은 작품이 많았으며, 문학평론 부문에서는 시를 다룬 비평, 특히 시인론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올해 응모작 수는 작년보다 상당히 늘었다. 작년 또한 전년도에 비해 응모작 수가 증가했던 만큼 최근 들어 신춘문예에 관한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응모자 수는 시 723명(3620여 편), 소설 690여 명(707편), 평론 30명(30편)으로 집계됐다. 이는 시와 소설 부문에서 지난해보다 각각 80명이 증가한 수치이며, 평론은 2배 가까운 증가세를 보였다. 주된 응모자층은 1980~1990년대생이었으며, 80대 응모자도 눈에 띄었다. 미국과 독일에서 국제우편으로 원고를 보낸 응모자도 있었다.
심사는 올해도 시·소설·문학평론 전 부문에서 예·본심 통합으로 진행했다. 인적사항이 적힌 별지를 떼어 따로 보관하고, 작품 본문 원고만 심사위원단에 전달해 심사에 공정성을 기했다. 소설 부문은 김인숙·정용준·정지아 소설가(이하 가나다 순), 강지희·오은교 평론가가 심사를 맡았으며 시 부문은 김선오·이제니·황인숙 시인과 이경수 평론가가, 문학평론 부문은 양윤의·차미령 평론가가 심사했다.
소설은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김인숙 소설가는 “예심부터 작품의 수준이 매우 높아 심사가 풍성했다”고 했으며, 강지희 평론가는 “좋은 작품이 많아 탈락시키기 아쉬운 경우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주제 면에서 특정 경향성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김인숙 소설가는 “퀴어나 페미니즘 등 특정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 시기가 있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그런 경향이 사라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정용준 소설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작가들이 어떤 압박을 받거나 따라가고 싶은 게 있다는 의미인데, 올해에는 작가들이 각자의 소재와 주제를 자유롭게 풀어낸 것 같아 반가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로맨스가 주제로 등장하는 작품들이 많아졌다”라며, “장르로서의 로맨스가 아니라 인물들이 서로 좋아하고 가까워지는 것을 중요하게 다룬 작품들이 많아졌고, 최근에 보기 드물었던 주제라 더욱 눈에 띄었다”라고 덧붙였다. 강지희 평론가는 “한동안 SF 장르와 관련된 작품들이 많이 등장했으나, 올해에는 그런 경향이 두드러지지 않았다”라고 언급하며, “해외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과 불합리한 노동 현실을 고발하는 작품들이 꽤 많았다는 점이 특징적이었다”라고 평가했다. 오은교 평론가는 “경향성을 따지자면 장애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았지만, 대체로 낭만적이고 안온한 시각으로만 다뤄져 아쉬웠다”라고 말했다.
소설 … SF 장르 많이 보이지 않고 고맨스 소재 작품들 눈에 띄어
시 … 자기고백적이고 슬픔 드러나, 시대 향한 발언까지는 못 가
문학평론 … 퀴어·돌봄·애도 등 깊이 다뤄, 자신의 이론을 적용하는 패기도
시는 자기 고백적이거나 슬픔과 우울의 감정이 드러나는 작품들이 많았다. 이경수 평론가는 “현실을 예민하게 드러내는 시들보다는 전체적으로 우울하고 슬픈 감정이 아주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시들이 꽤 눈에 띄었고,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자기 고백적 목소리들이 많았다”라며 “목소리가 아직 개인적인 것들에 쏠려 있고 시대를 향한 발언으로까지는 가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주제 면에서는 퀴어나 페미니즘에 관해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 다시 늘었으며, 기후 위기를 다룬 시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성 시인의 영향력이 드러난 작품들이 많았다는 점은 아쉬운 점으로 꼽혔다. 이제니 시인은 “기성 시인들의 영향력이 도드라지게 드러나는 작품들이 있어서, 수준이 있음에도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라며 “자기 목소리가 분명히 드러나는 시들을 조금 더 선발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문학평론에서는 전년도와 비교해 응모작이 2배 가까이 늘었다. 양윤의 평론가는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서 30편의 응모작을 받는다는 것은 매우 기쁜 일이며, 주제 역시 다양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페미니즘 이후 퀴어, 청년, 돌봄, 공생, 애도와 같은 중요한 주제들을 깊이 있게 다룬 점이 인상적이었다”라며, “특히 ‘우리 공동체는 정말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다양한 방법론을 통해 쟁점화한 점이 매우 반가웠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특히 시 비평에서 두드러졌던 점은 사유가 정갈하고, 이론이 과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논의를 명확히 표현할 수 있는 글들이 많았다는 것”이라며, “평론에서 다양한 논의나 최근의 이론들이 언급되는 것도 물론 반가웠지만, 자기의 논의를 직입하는 패기 있는 글들이 많았던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라고 말했다.
올해는 시를 다룬 평론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차미령 평론가는 “최종 논의된 4편 중 3편이 시인론으로, 시를 다룬 평론이 압도적이었다. 최근 신춘문예 평론에서는 시를 주제로 한 논의가 드물었으나, 올해는 시인론을 포함해 시를 중심으로 한 비평이 두드러진 점이 인상적이었다”라며 “이번 현상이 올해만의 예외적인 사례인지, 아니면 현재 ‘시’라는 장르가 문학평론을 시도하는 이들에게 더욱 민감하고 흥미로운 장르로 부각되고 있는 것인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올해 평론 응모작에서는 시를 다룬 비평이 확연히 많았으며, 흥미롭고 다채로운 논의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당선작은 심사평과 함께 내년 1월1·2일자 지면에 게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