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는 내가 정한다

요즘 저속노화 식단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MZ세대들의 관심을 보며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느리게 나이 들고 싶어 하는 마음은 같다는 것을 느낀다. 얼마 전 한 신문기사에서 69세 백발의 여성 서퍼가 멋지게 파도 타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서핑을 통해 인생의 파도를 타는 법도 배웠다”며, 늦은 나이에도 열정적으로 도전에 나섰다. ‘이제 와서 뭘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을 깨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 그처럼, 노화를 늦추는 비결은 바로 마음가짐에 있다.

1979년 어느 날, 미국의 한 시골집에서 70~80대 노인 8명은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20년 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집 안 곳곳이 1959년의 모습이었다. 흑백텔레비전에서는 미국 최초의 인공위성이 발사되는 장면이 나왔고, 라디오에서는 당시 유행하던 노래가 나왔다. 그들은 마치 20년 전에 사는 것처럼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이곳에서 일주일을 지내야 했다. 평소 불편한 거동 때문에 하지 못하던 요리, 설거지, 청소 등도 가족이나 간병인 도움 없이 스스로 하며 지냈다. 이들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위 이야기는 하버드대 심리학과 엘런 랭어 교수의 책 <늙는다는 착각>에 소개된 실험이다. 젊은 시절의 환경 속에서 일주일을 보낸 노인들의 생체 나이가 젊어졌다는 점이 관찰되었다. 노인 8명 모두 시력, 청력, 악력, 인지기능, 지능 등이 50대 수준으로 향상되었다. 거동이 불편했던 노인들이 집안일을 하고 운동도 했다. 심지어 어느 노인은 허리가 굽었다가 꼿꼿하게 펴지기도 했다. 젊은 시절의 환경이 그 시절의 생각을 하게 하고 이러한 젊은 생각이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이 실험이 보여주었다.

예일대 베카 레비 교수의 연구에서도 나이듦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 그러지 않은 사람들보다 평균 7년 반 더 오래 산다는 결과가 나왔다. 스스로를 나이 들었다고 인식할수록 몸도 빠르게 노화하는 것이다. 마음이 젊어야 몸도 젊어진다는 원리는 우리 일상에도 적용할 수 있다. 나이를 잊고 새로운 경험을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시계를 늦출 수 있다. 새로운 취미를 배우고, 도전적인 활동을 즐기면 몸과 정신이 더욱 활기를 띤다. ‘나는 아직 젊다’는 생각이 신체적 젊음을 불러오는 것이다.

노화를 늦추는 또 하나의 방법은 배움이다. 최근 전남 강진군에서는 ‘욜드(Young Old) 대학’이 운영되고 있다. 60~70대 어르신들이 다시 학생이 되어 패션, 외국어, IT 등을 배우고 있다. 단순한 여가 활동을 넘어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하는 과정이야말로 두뇌를 활성화하고 신체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노년에 새로운 삶을 개척한 또 하나의 사례가 있다. 한국의 ‘모지스 할머니’라 불리는 김두엽 화가다. 그는 82세에 처음 몽당연필로 사과를 그리며 그림을 시작했고, 96세에도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그림을 그리면서 인생의 새로운 기쁨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배움은 단순한 지적 활동이 아니라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요소다. 배우는 과정에서 의미 있는 활동을 지속하며 삶의 목표를 찾는 것이야말로 건강한 노년을 위한 최고 전략이다.

노화는 피할 수 없지만, 어떻게 늙어갈지는 우리 선택에 달려 있다. 마음을 젊게 유지하고, 배움을 이어가는 것. 이 두 가지만으로도 노화를 늦추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우리는 종종 나이를 숫자로만 바라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살아가느냐다.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나이는 마음의 문제’라고 했다. 어떤 사람은 70세에도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며 청춘을 즐기고, 어떤 사람은 40세에도 스스로를 늙었다고 여긴다. 결국, 나이를 결정짓는 것은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우리의 태도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우리의 선택이 진정한 나이를 결정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