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은퇴자는 은퇴의 충격을 이렇게 표현한다. 퇴직은 예정된 일이고, 그래서 재정적으로 단단히 준비한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이들도 막상 은퇴의 순간이 닥치면 엄청난 정신적 충격에 빠지게 된다는 호소다.
그간 회사가 내 간판이고 월급이 나의 가치 척도였던 삶에서 벗어나 이름 석 자 외엔 내세울 게 없는 자연인으로 돌아가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정체성을 잃어버린 듯한 상실의 고통이 몰아친다.
자존감도 취약해진다. 평소엔 웃어넘길 법한 배우자의 작은 핀잔, 친구의 격의 없는 농담도 괜스레 가슴에 맺힌다. 자식 목소리 듣고 싶어 전화를 걸면 첫마디에 “왜요?”라고 대꾸하는 것조차 서운한 마음에 눈물이 핑 돈다.
결국 은퇴자들에게 가장 뼈저린 고통은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고독감이다. 은퇴자들이 부지런히 경조사에 참석하고 술자리에 빠지지 않는 것도 이 고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다.
그런데 은퇴 20년 차 백만기 위례인생학교 교장(73)은 정반대 얘기를 한다. 그는 “은퇴 이후, 사람 만나는 횟수를 99% 줄였다”며 “혼자 있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은퇴했고, 그 시간이 늘어날수록 충만한 기쁨을 느낀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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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새벽 3시면 눈을 뜬다는 백 교장의 일상은 거의 독서와 글쓰기, 사색 등 혼자만의 시간으로 채워진다. “성공한 은퇴 생활을 하고 싶다면, 지금부터라도 혼자 있는 시간을 늘리고, 혼자 노는 법을 터득하시라”는 그의 조언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들은 금언을 꼽자면 아마 1위가 ‘시간은 금이다’, 2위는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 아닐까요. 특히 후자는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마다 인용돼, 사회적 고립에 대한 공포를 불러일으킵니다. 사람은 마땅히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데 인간관계가 단절되고 만남이 줄어드는 건 곧 인생의 실패인 듯한 패배감마저 들게 합니다. 특히 은퇴자들은 사회활동을 줄어들면서 교류도 축소되는 게 자연스러운 수순인데, 이를 삶의 의미를 잃은 듯 고통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은퇴 이후의 삶에서 성공하려면 오히려 인간관계를 간소하게 정리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늘리라고 강조하는 이가 있습니다. 과거의 직장 동료, 학교 동창도 너무 자주 만나지 말라고 하는군요. 어떤 사연일까요.
은퇴Who 6회 〈목차〉
📌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갖게” 선배의 조언
📌“여생 1년뿐이라 생각”…의미 없는 관계 연연 말아야
📌동창회서 강연하다 “동창끼리 너무 만나지 마세요”
📌은퇴자에게 가장 공들일 인간관계는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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