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돌봐야 하는 돌봄사회와 노동

2025-01-30

새로운 사회대개혁, 새공화주의, 시민헌정주의와 같은 논의들이 화두인 듯하다. 거대담론 속에 각 분야별 전환 과제들도 제기된다. 대표적으로 돌봄사회로의 전환은 우리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개혁과제 중 하나다. 돌봄 종사자가 가장 많은 보건복지 분야는 향후 노동시장에서도 78만명이나 취업자가 증가할 곳이다. 실제로 주위를 둘러보면 병원, 시설, 요양, 재활, 센터들만이 보인다. 문제는 돌봄노동의 평가절하다. 오랜 시간 고착화된 사회경제적 산물 속에서 돌봄노동은 여성, 저임금, 고령의 불안정노동을 대표하는 일자리가 되었다. 반면에 같은 시기 뉴스 기사에 ‘돌봄노동’을 다룬 것은 2027건에 불과했다.

대다수의 간병·요양 일자리는 근로기준법조차 적용받지 못한다. 현재의 돌봄 상황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일과 삶 속에서 저임금 불안정 고용 그리고 낮은 은퇴 소득이라는 생애주기 불균형적 패턴이 유지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차별·파편화되고 분리된 노동시장이 형성되었다. 무급 돌봄노동과 돌봄책임의 불평등한 분배는 그 결과다. 반면 돌봄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개인과 사회는 돌봄 비용을 불균형적으로 부담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그대로 놓인다. 어느 순간 돌봄경제와 노동은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 사이의 충돌 영역이 되었다.

게다가 개인과 가정에 전가하는 문제는 여성에게 ‘이중 부담’을 준다. 여성은 자녀와 부모 돌봄을 위해 일을 쉬는 경우가 더 많다. 그동안 여성의 노동력 참여를 높인다는 정책 목표와 단편적인 개혁 및 인센티브 접근 자체가 잘못되었다. 이제는 돌봄경제 속에서 돌봄노동의 불평등과 구조적 장벽을 깨트려야 한다. 무엇보다 비공식적인 무급 돌봄을 국가와 사회책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일터와 고용관계, 유아 교육 및 돌봄, 유급 휴가, 장애 및 노인 돌봄, 간병을 위한 재정 지원 등 구조적 시스템을 모두 바꿔야 한다. 돌봄사회는 일할 권리와 함께 돌봄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돌봄 친화적 지역 공동체는 우리 사회에서도 논의 중이다. 돌봄의 제도적 구현을 위한 여러 해법들이 제시됐다. 특히 서울 성동구는 기초 지자체 차원에서 의미 있는 정책실험을 몇년째 시행하고 있다. 작년부터 공공성 높고 처우개선이 시급한 필수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필수노동자 수당 지급과 사회보험료 지원이 대표적이다. 저임금 늪에 빠진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지원사, 공동주택 청소미화 노동자를 대상으로 공적이전 소득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3565명의 돌봄과 필수노동자가 적용받는다.

사회대개혁의 실질화는 기본권의 확장부터다. 이를 위해 정부 경제전망과 계획에는 무급 돌봄의 국가 경제에 대한 연간 재정 기여도를 포함해야 한다. 그리고 돌봄의 유급 고용, 훈련 등 총체적인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과 프로그램을 설계해야 한다. 또한 모든 돌봄 분야에서 임금 구조, 조건 및 자격을 재고하고 적정노동과 보상을 논의해야 한다. 돌봄의 영향과 업무의 고유한 기술, 다양성 및 가치는 배제되어 있다. 돌봄이 “종종 개인적이고 사적인 행위로 여겨지지만 돌봄은 우리가 속한 공동체를 위해 우리가 함께하는 일”이라고 인식해야 한다. 건강한 공동체를 위한 유대를 발전시키고 유지하는 호혜적인 공동 행위다.

영국 노동당의 집권 100일 플랜에서도 보건의료와 돌봄분야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핵심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부터 영국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국가 표준에 기반한 전국 돌봄 서비스 개혁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독일(ver.di), 프랑스(Cfdi), 영국(UNISON)의 노동조합도 돌봄노동의 가치인정과 제도개선을 요구한 지 오래다. 민주주의 보편적 시민권의 확대는 돌봄경제가 사회적 책임이면서 공동체의 책임이라는 인식의 전환부터다. 이제는 모두를 돌본다는 사회적 합의 속에 기존의 제도와 현실을 바꾸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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