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그룹 총수, 트럼프 별장 '마러라고' 집결…관세협상 측면 지원

2025-10-15

삼성과 SK·현대자동차·LG 등 한국을 대표하는 4대 그룹 총수들이 이번 주말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리는 투자 행사에 참석한다. 표면적으로는 미국의 투자 유치 관련 행사이지만 한미 간 난항을 겪고 있는 관세 협상을 지원해 이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협상의 최종 타결을 이끌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마러라고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별히 아끼는 리조트로 별장처럼 쓰고 있어 ‘겨울 백악관’으로 불린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17일(이하 현지 시간)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한다. 4대 그룹 총수들의 이번 방문은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의 초청에 따른 것이다. 손 회장은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당선됐을 때도 마러라고를 방문해 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을 쌓아왔다.

이 회장과 정 회장은 15일 일본에서 열린 한미일 경제대화를 성황리에 마치고 16일쯤 일본에서 곧장 미국으로 향할 예정이며 최 회장은 16일 오후 한국에서 미국으로 출발할 계획이다. 구 회장도 16~17일 미국으로 향한다.

재계는 국내 대표 기업 총수들이 미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고용 창출 등에 기여한 성과를 설명하는 한편 여전히 타결되지 못하고 있는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을 측면에서 적극 지원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17일 마러라고를 찾아 주말을 보낼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외국 기업들의 대규모 미국 투자에 따른 자신의 경제적 치적을 홍보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러라고를 찾은 주요 기업인들과 골프를 함께하는 방안도 추진되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들도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4대 그룹 총수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지금까지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대한 직접 투자를 적극적으로 실행해온 것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올 8월 한미 정상회담 후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260억 달러(약 36조 3000억 원)의 투자를 약속하는 등 국내 기업이 총 1500억 달러(약 209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도 앞서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과 연구개발(R&D) 시설에 370억 달러(약 51조 7000억 원)를 투입하기로 했으며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공장 등에 130억 달러(약 18조 1000억 원),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합작 공장 등에 200억 달러(약 28조 원) 투자를 약속했다.

한국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와 고용 창출 통계들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하면서 4대 그룹 총수들은 더 이상 양국 간 관세 협상이 미뤄져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트럼프 정부 역시 한미일 경제대화에 참석한 국내 대기업 총수들을 통해 글로벌 산업 현장의 동향과 목소리를 경청할 필요가 있는 만큼 협상 진전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인프라를 구축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대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나올지도 관심이다. 4대 그룹 총수들을 초청한 손 회장의 소프트뱅크는 오픈AI·오라클과 손잡고 미국 전역에 AI 데이터센터 등을 구축하는 5000억 달러(약 700조 원) 규모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손 회장은 최근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AI 동맹군’을 모으고 있는데 한국 기업들은 손 회장이 판단할 때 최적의 파트너로 꼽힌다. 실제로 삼성과 SK그룹은 최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의 방한을 계기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바 있다.

이와 함께 이달 말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의 CEO 서밋을 주관하고 있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최 회장의 경우 미국 글로벌 기업들의 APEC CEO 서밋 참석을 위한 세일즈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초청이지만 국내 대기업 총수들이 기존에 있던 일정을 취소하고 적극적으로 응답한 것은 그만큼 중요한 이슈이기 때문”이라며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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