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1’
가난한 박씨 집안에 시집을 와서
풀대죽 끓인 고생으로
살아오신 어머니
내 길 웬지 모르게
사막 끝자락처럼 닮았다
동생마저도 삶이 그저 그렇다
삭신 쑤시는 곳 부여잡으며
쇠약해진 어머니의
약지손가락 반지 하나 끼지 못한
주름까지도 닮았다
살아온 연륜의 세월이 너무 길다
한겨울 찬바람에도
꿋꿋이 인내하며
굽은 고목처럼 우둘투둘하게 패인
빈 껍질처럼
어머니 얼굴에는
고랑이 깊어만 간다
*박미혜 시인의 첫 시집 ‘꽃잎에 편지를 쓰다’에서
박미혜 <시인, 한국신문학인협회 전북지회 사무차장>
<해설>
세상 어느 작가도 어머니에 관한 글 한 번 안쓴 사람은 없으리라. 그만큼 어머니는 예술세계에서도 그 표현 대상으로 결코 빠질 수 없는 귀한 존재다.
작품의 첫 연은 어머니의 신산한 삶을 묘사하고 있다. 어머니는 “가난한 박씨 집안”으로 시집와서 “풀대죽 끓”이며 살아 오셨다. 하기야 1970년에 시작된 범국민적인 지역사회 개발 사업이었던 새마을운동이 있기 전에는 거의 모든 사람이 흰 쌀밥도 제대로 먹을 수가 없었다. 아마 시인도 시인의 동생도 어린 시절 그런 궁핍을 견뎌내고 살았을 것이다.
그렇게 어려운 시절, 자식들까지 건사하며 사신 어머니는 “삭신 쑤시는 곳 부여잡으며” 쇠약해 갔을 것이다. 오죽했어야 “약지손가락 반지 하나” 제대로 끼지 못하고 사셨을까.
보통 사람도 “살아온 연륜의 세월”이 길어가면 주름이 생긴다. 하물며 “한겨울 찬바람에도/ 꿋꿋이 인내하며” 살아야 했던 어머니는 오죽했겠는가. 굽은 고목의 “우둘투둘하게 패인/ 빈껍질처럼” 어머니 얼굴에는 깊은 고랑만 남았다.
시인은 자신의 속내를 직접 발화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어머니 얼굴의 ‘깊은 주름’을 통해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과 안타까움을 애절하게 드러내고 있다.
호병탁 <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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