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물가·집값 걱정…슈퍼 비둘기도 변했다?

2025-10-08

국내 소비자물가가 한국은행 목표치인 2%대 범위 안에 머물고 있지만 식료품 가격 급등과 집값 상승으로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는 훨씬 더 높아지고 있다. 특히 관련 통계에 자가주거비가 빠져 있어 ‘생활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커지면서 물가 목표의 실효성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8일 한국은행과 국가데이터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1% 상승했다. 8월(1.7%)보다 상승 폭이 확대되며 한 달 만에 다시 2%대를 회복했다. 8월에는 SK텔레콤 해킹 사태로 요금 인하 효과가 반영되며 일시적으로 둔화했지만 9월 들어 다시 오름세를 보였다.

물가 상승을 견인한 것은 식료품 물가였다. 달걀은 추석 수요로 전월보다 상승 폭이 커져 9.2% 올랐으며 이는 2022년 1월(15.8%) 이후 최대치다. 농산물 가격은 평균 1.2% 하락했지만 쌀(15.9%)과 찹쌀(46.1%)은 폭등했다. 축산물(5.4%)과 수산물(6.4%) 가격도 전체 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국산 소고기(4.8%), 돼지고기(6.3%), 고등어(10.7%) 등 주요 품목의 오름세가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물가가 오를 이유가 없는데 망둥이 뛰고 꼴뚜기 뛰듯이 오르고 있다”며 “서민들이 물가 때문에 겪는 고통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농림축산식품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물가 안정이 곧 민생 안정이라는 자세로 임하라”고 지시하며 농산물 공급기반 확충과 생계비 부담 완화 대책을 주문했다.

특히 이 대통령이 이번 국무회의에서 이례적으로 한은 경제연구원장을 불러 보고를 받은 것도 물가의 구조적 요인을 대통령실 차원에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이재원 한은 경제연구원장은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물가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이지만, 식료품 물가는 1.5배 정도로 가격 차이가 크다”며 “소득 수준이 더 높은 국가들과 비교해도 식료품 부담이 유난히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농산물 등 원재료 가격이 가공식품으로 전가되는 구조”라며 “유통비용 상승, 낮은 생산성, 공급 채널의 단순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앞서 올해 상반기 물가 안정목표 점검 설명회에서 5월 전체 물가 상승률(1.9%) 중 74.9%(1.4%포인트)가 가공식품·개인서비스 부문에서 비롯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한은은 “2020년 이후 원·달러 환율 상승과 수입 원재료 가격 급등으로 기업의 투입 비용이 크게 늘었고, 이 비용이 시차를 두고 소비자 가격에 전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 내부에서도 최근 ‘표면상 물가’와 ‘체감 물가’ 간 괴리를 우려하는 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자가주거비가 물가지수에 반영되지 않는 현행 제도는 현실을 왜곡한다는 지적이다. 주요 선진국은 자가 점유 주택의 임차비용 상당액을 물가에 포함하지만 한국은 전월세만 반영한다. 표본주택 계약이 2년 단위로 갱신되기 때문에 실제 주거비 변화를 충분히 포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장용성 금융통화위원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보면 한국은 주거비에 전월세 비용만 포함되고 자가주거비는 빠져 있지만 미국은 이를 포함한다”며 “주거비 비중이 미국은 30% 이상인 반면 한국은 10% 이내로 추산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가주거비를 반영하고 공공요금도 정상화한다면 실제 물가 상승률은 3%포인트가량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국 물가 상승률이 2% 내외로 ‘안정적’인 듯 보이지만 집값 상승에 따른 주거비 부담을 반영하면 체감 물가는 훨씬 더 높을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집값이 한은의 제1목표인 ‘물가 안정’을 흔드는 변수인 셈이다.

신성환 금통위원도 지난달 25일 한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기준금리 인하로 금융 여건이 완화되면 금융 불균형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당분간 거시건전성 정책의 강화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통상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신 위원마저 집값 불안과 이에 따른 가계부채 급증 등 금융안정 문제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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